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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페이스북 리브라와 디지털 화폐 전쟁의 미래

/셔터스톡

화폐 경제를 가장 깊이 연구한 경제학자로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레드릭 하이에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이에크는 그의 저서 ‘화폐의 탈국가화(The Denationalization of Money)’에서 자유 시장 경쟁 체제로 움직이는 다양한 화폐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인 화폐 경제 체제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1976년 발표된 이 이론은 한 경제학자의 주장에 불과했지만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국가 독점 화폐 시스템에 도전하는 화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폐의 자유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불을 붙인 사건이 최근에 이슈가 된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입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어떤 성격의 화폐 시스템이고, 리브라가 바꾸는 화폐 시스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전에 먼저 화폐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분류가 필요합니다.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화폐 시스템은 크게 4가지 형태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입니다. 국가의 지불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법적으로 그 가치가 보증되지만,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가치의 유효기간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1~2세대 이후에는 대부분의 가치가 상실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금융권에서 보증하는 신용화폐입니다. 국가화폐를 바탕으로 대출을 통한 통화 승수를 발생시켜 가상으로 대량의 화폐를 발생시킵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은행들의 급격한 자금 회수로 시장에서 통화량이 급격히 증발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업들이 상거래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 내는 상업화폐입니다. 기업들이 지불을 보증하고 자체 매장이나 제휴 매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백화점의 상품권, 항공사 마일리지 포인트, 온라인 게임 머니 등이 해당됩니다. 페이팔이나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 시스템 등도 상업화폐로 분류됩니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등으로 대변되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발행되고 거래 가치의 합의를 통해서 가치가 보증되는 암호화폐가 있습니다. 과거 화폐의 역사에서 조개껍질이나 금과 같이 화폐가 사용되는 커뮤니티가 서로 암묵적으로 가치를 인정하는 형태입니다. 화폐 발행이 알고리즘에 의해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요, 공급의 변화에 따라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등 가치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기업이 화폐 가치를 보증하는 상업화폐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코인은 리저브에 보관된 달러 등에 의해서 가치가 보증되고, 리브라 협회에 가입된 기업들에 의해서 달러 등 실제 법정화폐로의 교환이 보증됩니다. 페이스북이 사용하는 암호화폐 기술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기술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말로는 페깅 코인, 즉 법정화폐 연동 코인으로도 불리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코인 거래의 용이성을 위해서 지불수단으로 만들어낸 코인으로 암호화폐라기보다는 상업화폐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거래소 등 기업이 지불을 보증하고 발행을 관장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처럼 누구나 알고리즘에 기반해 발행할 수 있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글로벌 코인도 페이스북과 리브라 협회가 발행을 주관하고 지급을 보증하면, 상업 거래의 지불수단으로 만들어낸 화폐이므로 상업화폐입니다.



그렇다면 비자, 마스터카드 결제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지불결제 수단에 불과한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왜 국가가 나서서 반대하고 있는 걸까요? 앞서 얘기한 화폐 시스템의 자유시장 경쟁 체제로의 전환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페이스북과 리브라 협회의 글로벌 기업들은 웬만한 중소 국가보다 자산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금융 신뢰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국가 화폐가 하이퍼인플레이션 단계에 들어가 있거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국가에서는 자국민들이 국가 화폐를 버리고, 페이스북의 글로벌 코인을 선택하여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국가 화폐의 붕괴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의 미국 청문회에서는 페이스북의 기업적 도덕성이 문제가 되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글로벌 코인은 암호화폐 기술 중의 하나인 알고리즘을 통한 합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타 화폐 시스템보다 투명성, 도덕성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폐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리 합의된 룰에 따라 운영한다면 신뢰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화폐는 본래 상거래를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이론을 적용하면, 상거래에 최적화된 상업화폐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코인은 이름 그대로 글로벌 화폐로서 달러의 지위에 도전하고, 문제가 있는 국가화폐들을 초토화하고,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들을 대체하고, 지불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의 필요성을 무력화시키고, 부분 지급준비율 방식의 금융권 디지털 화폐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다른 화폐들의 대안은 무엇이고 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또 무엇일까요?

국가화폐의 유일한 대안은 화폐의 디지털화입니다. 즉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길입니다. 여기서 중앙은행도 현재와 같은 방식이 아닌 알고리즘 중앙은행 방식이어야 합니다. 중앙화의 신뢰문제가 없이 민주주의적 합의로 룰이 정해지고 디지털 알고리즘에 따라 부정의 문제가 없이 집행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국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알고리즘에 의한 신뢰성과 공정성이 더해진다면 상업화폐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사회에 화폐 발행의 이익을 고르게 나누어 갖는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상업화폐 대비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이 제시하는 상업화폐는 암호화폐의 많은 장점을 가져왔지만 유일하게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것이 가치 보존의 수단으로서의 화폐의 특성입니다. 현재까지는 비트코인과 일부 암호화폐들이 유일하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없는 화폐 발행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중앙화 방식의 화폐 발행으로 일정 시간 내에 채굴을 통해서만 발행되므로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는 암호화폐가 만들어진다면 가치 보존의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독자적인 영역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경우 특수 목적에 맞는 화폐들이 각기 존재함으로써 평화롭게 공존하는 화폐 경제의 시장 경제 시스템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석구 소버린월렛 대표


윤석구 대표는 KAIST 전자공학 학사, USC 전산과학 석사를 거쳐 분산 OS를 전공한 보안 기술과 프로그래밍 기술 전문가다. 초기 암호화폐 기술 개발에 참여했으며 삼성그룹 미래기술실 근무 당시 암호화폐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3세대 보안 채팅 기술과 앱의 자가 보호 기술을 응용한 암호화폐 전자지갑이자 탈중앙화 거래 시스템인 소버린월렛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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