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이 각국 규제 체계에 편입되며 주요 체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도권과의 협업 여부가 인프라 주도권을 좌우하는 가운데 아발란체는 글로벌에서 사례를 넓히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9일 오후 3시 40분 가상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아발란체(AVAX)는 전일 대비 1.04% 내린 13.5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20.48%, 1년 간 73.75% 폭락했다. 2021년 11월 134달러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전고점 대비 약 10분의 1 토막이 난 수준이다. AVAX의 시가총액은 21위로,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에 모두 상장돼 있다.





가격은 하락세지만 아발란체의 실사용 기반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태국의 2대 은행인 카시콘은행(KBank)은 이달 2일 오르빅스 테크놀로지, 스트레이츠엑스와 함께 ‘온체인 여행 결제 서비스(Seamless Travel Payments on Chain)’를 공개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태국과 싱가포르의 규제 준수형 전자화폐를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첫 단계는 싱가포르를 방문한 태국 관광객 대상 서비스다. 카시콘은행의 Q월렛에 담긴 Q머니로 그랩페이 QR 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면 Q머니가 싱가포르 달러 스테이블코인 XSGD로 자동 전환된다. 싱가포르 상점은 실시간으로 싱가포르달러(SGD)를 수령한다. 현재 태국은행(BOT) 규제 샌드박스에서 테스트 중이며 내년 2분기 출시가 목표다. 향후에는 싱가포르 관광객이 XSGD를 보유한 자국 전자지갑으로 태국에서 결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스트레이츠엑스의 XSGD를 지원하는 블록체인이 바로 아발란체다.

유럽에서도 아발란체 기반 인프라가 제도권에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증권기업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는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디지털 거래·결제시스템(TSS) 운영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시큐리타이즈는 미국과 EU 양쪽에서 규제 기반 토큰화 증권 인프라를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시큐리타이즈는 이 인프라를 아발란체에서 가동할 계획이며, 첫 번째 EU 기반 발행은 내년 초 예정돼 있다.

시큐리타이즈는 스페인 증권시장위원회(CNMV),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러 규제기관의 검토를 거쳐 인가를 획득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 금융시장에서 나스닥과 미국예탁결제원(DTCC)이 수행하는 역할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안 논의가 발행 주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법안이 마련되면 어느 체인을 기반으로 발행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발란체는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는 올해 9월 손잡고 아발란체 기반 펀드 토큰화 개발에 착수했다. 7월에는 트래블월렛과 파트너십을 맺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프로그래머블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인프라가 확산하며 체인 간 경쟁은 실사용과 규제 연계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웹3 벤처캐피탈(VC) 해시드는 최근 ‘프로토콜 경제: 2026’ 보고서에서 내년을 응용 단계가 본격화될 시기로 전망했다. 디지털 자산과 AI 인프라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기업 간 스테이블코인 정산,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규제권 내 디파이, 실물자산(RWA) 토큰화 등 새로운 응용 서비스가 등장할 초기 신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산업 현장에서 어떤 체인이 선택되는지가 알트코인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