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공지능(AI) 데이터 수요와 공급이 풍부한 곳으로 스토리가 공략할 핵심 시장입니다."
산딥 친찰리(사진) 스토리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강국으로 AI 데이터 활용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딥 CAIO는 지난 7월 스토리에 합류해 이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스토리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해 카카오에 5000억 원에 매각한 청년 창업가 이승윤이 차린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이다. 창업하자마자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 투자자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a16z 등으로부터 5400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스토리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지적재산(IP) 저장소를 통해 창작자가 자신의 제작물의 라이선스 권한을 판매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등의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생성형 AI 시대에 저작권 분쟁을 줄이고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상생을 꾀하고자 한다.
산딥 CAIO는 “AI 시대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텍스트 자료가 아니라 음성·영상·차량 센서 데이터처럼 실제 환경에서 나온 롱테일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롱테일 데이터는 대량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특정 산업과 상황에서 AI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그는 “스토리는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정제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하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논의다. 그는 “대형 통신사와 자동차 회사부터 생활 서비스 스타트업까지 공급자와 수요자를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며 “한국은 기술 수요와 데이터 공급이 동시에 많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스토리는 데이터 기여자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산딥 CAIO는 “이러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블록체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를 들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한 사람, 이를 분류한 사람, 또 이를 변형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든 사람까지 각자의 기여를 블록체인으로 추적해 보상이 돌아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딥 CAIO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 시점에서 스토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을 발행할 공식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참여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적합하다”며 “현재는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기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고, 향후 필요하다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는 AI와 가상자산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리는 최근 출시한 데이터 수집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디앱) ‘포세이돈’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산딥 CAIO는 “출시 2주 만에 3만5000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를 확보했고, 기여자 수는 40만 명에 달한다”며 “특히 한국어와 인도어 같은 희귀 언어가 포함돼 기존 공개 데이터셋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시작된 이번 협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