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야심차게 출범한 ‘데터(USDT) 마켓’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오더북을 공유한 호주 가상화페 거래소 실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의심으로 이재원 빗썸 대표를 소환하기로 했다.
2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USDT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USDT 마켓을 새로 열고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번 USDT 마켓 출시에 대해 빗썸은 글로벌 10위권 거래소와 호가창(오더북)을 공유해 국내 최대 수준의 유동성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제휴 대상은 호주 가상화폐 거래소 ‘스텔라 익스체인지’로 코인마켓캡이나 코인게코 등 주요 데이터 플랫폼에조차 등록돼 있지 않은 소규모 플랫폼으로 빗썸이 코인마켓캡 기준 13위인 모회사 ‘빙엑스’의 순위를 끌어와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는 목적은 유동성 확보다. 주문이 몰려 있는 호가창을 공동 운영하면 체결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 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투자자 개인정보 유출과 자금세탁방지(AML) 공백 우려로 2021년 개정 특금법 이후 오더북 공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신 FIU에 해당 해외 거래소의 해외 인허가 서류를 제출하고 해외 고객 정보를 매일 확인·기록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사실상 ‘무명’ 거래소인 스텔라 익스체인지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이 오더북 공유에 나선 직후인 이날부터 특금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빗썸 측은 법적 문제가 없도록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스텔라 익스체인지는 호주 금융당국 라이선스를 보유한 거래소로 빙엑스 산하 플랫폼이어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또한 가상화폐 현물 거래만 다루며 검증된 거래소라 제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빗썸의 공격적인 USDT 마켓 출범에 업계 1위 업비트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비트는 이날 오전 트론 네트워크 기반 USDT 출금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업비트 측은 “출금량 급증에 따른 월렛 지연”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빗썸으로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방어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 이날 오후 4시 15분 기준 빗썸 USDT 마켓의 비트코인(BTC) 거래량은 스텔라 오더북을 제외하더라도 약 308억 원 규모에 달한다. 같은 시간 업비트에서의 거래량은 14억 원으로 22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