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SOL)가 기관 투자가의 트레저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 다양한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디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업들이 단순 보유를 넘어 스테이킹과 운용 전략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3일 오후 2시 10분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SOL은 전일 대비 7.03% 내린 215.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6위로 집계됐다.
2020년 출시된 솔라나 블록체인은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시간 기록 방식을 도입했다. 이 구조 덕분에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거래 순서를 빠르게 합의할 수 있고, 많은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낮은 수수료와 함께 이런 성능은 결제·게임·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 확산의 기반이 되고 있다.
SOL은 솔라나 블록체인의 네이티브 토큰이다. 거래 수수료 지불과 네트워크 보안 유지를 위한 스테이킹에 사용된다. 검증자들은 SOL을 예치해 블록 생성에 참여하며 보상을 받는다. 이용자들은 SOL을 통해 디앱과 디파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솔라나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이더리움 대항마’로 불린다. 이더리움은 여전히 디앱 생태계와 총예치금(TVL) 규모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니고 있지만 거래 속도와 수수료 경쟁력에서는 솔라나가 강점을 보인다. 이날 가상자산데이터제공업체 디파이라마 기준 이더리움 TVL은 68.26%, 솔라나는 9.07%로 2위다.
그러나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는 솔라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는 솔라나가 고성능 서버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노드 운영 참여가 제한적이고, 그만큼 탈중앙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밈코인과 투기성 토큰 발행이 잦은 점을 들어 “블록체인이 카지노화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솔라나 생태계는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트럼프 일가가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트럼프(TRUMP), 멜라니아코인(MELANIA)은 모두 솔라나 기반으로 발행됐다. 탈중앙화거래소(DEX)의 거래량도 이더리움을 제쳤다. 이날 디파이라마 기준 솔라나 기반 DEX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55억 1200만 달러로, 이더리움 기반 DEX의 40억 5100만 달러보다 10억 달러 이상 많다.
기관 차원에서는 솔라나 토큰을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전략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디파이디벨롭먼트코프(DFDV)와 프라그메트틱은 한국 상장사 인수를 통해 국내 첫 SOL 기반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법인 ‘DFDV코리아’를 설립하겠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나스닥 상장사 헬리어스 메디컬 테크놀로지스는 76만 SOL을 매입하며 약 5억 달러 규모 DAT 계획을 공식화했다. 나스닥 상장사 포워드인더스트리스는 자체 주식을 솔라나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해 디파이 담보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SOL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와이즈, 21셰어스 등이 제출한 SOL 현물 ETF 심사를 10월로 연기한 상태다. 반에크는 SOL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 지토솔(JitoSOL)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제안하며 상품 다변화에 나섰다. 최근 SEC가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일반 상장 규칙을 마련하면서 SOL ETF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솔라나는 과거 여러 차례 네트워크가 멈춘 전력이 있다. 2022년과 2023년, 그리고 2024년 2월에도 수 시간 동안 블록 진행이 정지됐다. 블록체인이 ‘한 번 가동되면 멈추지 않는다’는 특성을 내세워온 만큼 잇따른 중단 사례는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 바 있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