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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쟁글



국내 최초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이 상장 지원을 대가로 프로젝트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왔다는 내용을 폭로한 디센터의 보도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상장 심사 과정에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았고, 상장 성공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쟁글의 유감 표명에 유감을 표한다. 디센터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쟁글의 ‘리스팅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서’를 다시 읽어보자. 해당 상품 계약서엔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장에 실패할 시 계약금의 50%를 환불해주겠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상장에 성공하면 이미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쟁글은 “서비스 극초기에 쟁글의 감사의견 전달이 상장 심사 서류 접수로도 이어지지 않는 경우 일부를 돌려주는 구조로 시작했다"면서 "이후 오해를 막기 위해 환불 제도를 폐지했다”고 주장했다. 해명으로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쟁글의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계약서에 ‘상장 접수가 되지 않을 시'라고 표기했어야 했다. 쟁글에겐 '상장 실패’와 ‘상장 서류 접수 실패’는 네 글자 차이에 불과한 단어일 수 있으나 상장에 목을 맨 프로젝트에겐 완전히 다른 단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법이다. 주요 대형 거래소에 문의한 결과 거래소들은 프로젝트들이 상장 서류를 보내오면 실제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서류가 정상적으로 접수됐다는 확인 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프로젝트들이 단순히 거래소로부터 서류 접수 메일을 받기 위해 쟁글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쟁글의 해명에 담긴 ‘서비스 극초기’란 표현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디센터는 계약서를 입수한 뒤 취재 과정에서 김준우 쟁글 대표와 통화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고, 의도와 달리 오해가 생겨 4월 경부터 환불 조건을 없앴다"며 "최근 한 달 동안은 서비스 접수를 받지 않았고 2주 전에는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5개월 간 벌어진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극초기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일의 처음이 되는 때나 시기’를 더욱 강조하는 말이다. 5개월 중 절반이 넘는 3개월 간 이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이 기간을 ‘극초기’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말도 바꿨다. 디센터와의 통화에선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했다가 타매체와의 해명 인터뷰에선 "우리가 잘못한 건 없기 때문에 서비스 종료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료했던 서비스를 재개하게 된 배경이 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쟁글의 리스팅 매니지먼트 서비스는 상장 지원과 쟁글 신용도 평가 서비스가 묶인 패키지 상품이다. 즉 각 거래소 별 상장 지원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코인에 대한 신용도 평가까지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유가증권 시장으로 따지자면 기업 공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금융감독원이 기업으로부터 돈 받고 신용평가도 해주고, IR자료도 작성해주고, 기업공개(IPO)도 도와준다는 얘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용 평가 자료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쟁글이 밝힌 것처럼 이 상품이 “전통 금융권 시장의 상장 주관사 업무 형태로 양성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면 별도 법인에서 신용도 평가 서비스와 상장 지원 서비스를 별개로 운영했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쟁글은 이번 입장 표명에서 암호화폐 업계의 병폐인 ‘상장피’와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디센터가 입수한 계약서엔 ‘계약금 4만 4,000달러와 별도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상장피(listing fee)가 책정될 수 있다’는 문장이 분명하게 적혀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해명하고, 불리한 것은 감추겠다는 의도인가. 아니면 사실상 상장피가 존재한다는 점을 묵인하는 것인가.

기사가 보도된 후 많은 취재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저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내용은 일관됐다. 잘못된 관행은 개선돼야 하고, 그러려면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취재원은 쟁글의 유감 입장 표명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점을 감추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암호화폐 업계가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랄 뿐이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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