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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매출로 미래를 증명하라”

스타트업 적자는 당연, 그러나 블록체인 기업들은 매출도 없어
1차 투자 후 신뢰 보여주지 못해 2차 투자 이어지지 않아
대중화 이룬 후 매출 내야 미래 전망 인정받을 수 있어

  • 노윤주 기자
  • 2020-02-06 14:31:19
위기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매출로 미래를 증명하라”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고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블록체인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일부는 폐업했다. 업계 관계자 및 투자 전문가는 서비스 업체라면 고객의 흥미를 끌고 매출을 내는 게 관건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VC “매출만 보여준다면 적자도 괜찮은데…블록체인 부문선 매출조차 없어”
지난달 29일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를 운영하던 루트원소프트는 ‘운영 종료’ 사실을 알렸다. 회사는 “(주)루트원소프트가 블록체인 산업의 시장 악화와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비트베리 서비스 역시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비스뿐 아니라 회사 자체를 폐업하겠다는 뜻이다. 비트베리는 출시 당시 전화번호만 알면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주목받았던 서비스지만 결국에는 문을 닫았다.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이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 5,511억 원) 상당의 투자를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세 번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8,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에 쿠팡은 지난 2018년 기준 1조 97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물류센터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이익은 적자지만 쿠팡의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480억 9,700만 원에 머무르던 쿠팡 매출은 지난 2018년 4조 4,227억 8,800만 원으로 14배 증가했다.

위기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매출로 미래를 증명하라”
/출처=SPRi 보고서 캡처

문제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매출 자체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업 198개 중 매출은 내는 곳은 44개(22%)에 불과했다. 그리고 44개 기업의 매출은 1,274억 원이었다. 이 매출 중 86.7%는 대기업이 발생했다. 즉,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매출은 매우 작은 숫자였다.

기술기업은 투자받았는데…서비스 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암호화폐 규제’와 ‘신뢰’
물론 블록체인 기업 중에서도 기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은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아이콘루프와 블로코 그리고 코인플러그는 각각 100억 원, 90억 원, 7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은 모두 공공사업을 수주하거나,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중심 기업이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 기업의 투자 유치 실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 불확실’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블록체인 서비스 안에는 대부분 암호화폐가 비즈니스 모델의 한 축으로 포함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이 아닌 서비스 분야에 투자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1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던 모인은 사업에 암호화폐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1년이 넘게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모델과 기술력이 뛰어나도 암호화폐 관련 내용이 있으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운 좋게 서비스를 시작해도 대중에게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투자자도 블록체인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모험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ICO 혹은 시리즈 A를 통해 투자받았던 기업은 애초 기획한 로드맵을 이행하지 못해 신뢰를 잃었단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ICO를 했던 기업들은 대중화를 외쳤지만, 시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며 “더군다나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불신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한 취재원은 “2차 투자가 이어지지 않는 데는 암호화폐 시장 침체도 한몫했지만, 1차 투자 후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지 못했던 게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라면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야 했지만, 소비자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자조적인 의견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서비스 중에 가장 보편적인 게 결제인데,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아직 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하다”며 “굳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2차 투자 유치 위해서는 매출로 미래 가능성 증명해야
지난해 SPRi 조사에 참여했던 블록체인 관련 중소기업 중 50%는 자금 부족과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18.4%는 수요 및 수익성 불확실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블록체인과 벤처캐피털 업계는 블록체인 서비스 기업들이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매출’을 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흑자 전환은 어렵더라도 이 사업이 미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매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핀테크 분야에 집중하는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매출을 일으키고, 또 미래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타개책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도 “올해에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매출을 일으키는 데 총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블록체인 외에 또 다른 사업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활용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카사가 5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 그 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권 또는 대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며 “규제 문제로 인해 블록체인 하나만 가지고 사업을 지속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또 다른 영역의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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