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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인터뷰]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새로운 방향은 환전업, 위축된 시장 돌파한다”

체인파트너스, 2019년 추운 한해 보냈다

새로운 사업은 환전업, 서비스명은 'Changer.io'

"비트코인 가격이 크립토 산업 좌우하지 않아. VC 만나 설명하고 싶다"

표철민 대표는 다사다난 2019년 한해를 보냈다. /사진=조재석 기자

2019년은 추운 한해였다. 사업가 표철민에게는 더욱 그랬다. ‘연쇄 창업자’, ‘블록체인 1세대’,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 사업가 표철민을 수식하는 단어는 늘 화려했다. 그가 이끈 체인파트너스는 한때 “입사하고 싶은 블록체인 기업”으로 손꼽혔고, 그가 진행했던 사업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 체인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표철민 대표의 얼굴은 담담했다. 단어를 신중히 골랐고, 말과 말 사이에 제법 긴 침묵이 있기도 했다. 웃음기 없이 근황을 전하던 그가 새로운 사업 이야기를 꺼낼 땐 눈빛이 달라지기도 했다. 차갑게 꺼진 잿더미 속에서 다시금 타오르는 작은 불씨 같았다.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표철민 대표와 진행했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났습니다. 표철민 개인으로서 돌아본 2019년은 어땠나요?
“(쓴웃음을 지으며) 개인적으로 참 힘들었습니다. 우선 직원이 120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 많았어요. 기업 평가 사이트에 안 좋은 리뷰도 많이 달렸고, 특별히 우리와 일한 적도 없던 외부 팀에게 모함을 듣기도 했습니다.



제가 2006년도에 ‘위자드웍스’를 창업했는데요. 위자드웍스가 10년 동안 겪을만한 사업 강도를 단 3년 만에 경험했습니다. 개인적인 성장도 있었지만 체인파트너스를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에게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점, 회사의 비전을 믿었던 직원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점이 죄송스럽게 남았던 한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작년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2017년도부터 진행했던 체인파트너스 사업 대부분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저희는 140억 원 규모의 큰 금액을 투자받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네가 계획하는 사업을 시원하게 진행해봐!’라는 의미라고 받아들였죠. 블록체인 전문 유튜브 채널, 블록 프로듀서, 미디어, PG, 블록체인 게임 스튜디오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컨센시스’와 같은 회사가 되고 싶었어요. 서로가 연결돼 막대한 시너지가 날 거라 믿었거든요.

그런데 크립토 산업이 많이 위축되면서부터 재무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주주 관계에서도 변화가 생겼죠. 긴 호흡으로 진행하던 사업이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프로젝트부터 정리해야 했고, 리턴(Return)이 빨리 나오는 트레이딩 사업을 키워야 했어요. 산업의 둔화와 맞물려 체인파트너스의 방향성이 급변하며 많은 직원들과 헤어지게 됐죠.”

/셔터스톡

-힘든 한해를 보내셨군요. 혹시 크립토 산업에 발을 들인 걸 후회하신 적도 있으신가요?
“후회가 막심한 순간도 있긴 했어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분야에서 일했어도 이만큼 빠르게 성장하진 못했을 테니까요. 가장 큰 결과는 내가 얼마나 무지(無知)한지 알았다는 점입니다.

‘더닝 크루거 이펙트’라는 말이 있어요. 새로운 산업에 처음 들어오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감이 넘쳐요. 내가 주변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아니까, 마치 이 시장을 다 이해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제가 딱 그랬어요. 지금은 저와 체인파트너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이를 비즈니스로 풀어낸다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리해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된 셈이죠. 2~3년 전 대비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해요.”

-어떤 말씀이신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그간 경험을 통해 체인파트너스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3년 전 시작할 때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여러 사업 계획을 말해주니까 창펑 자오가 ‘거래소 하나 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했어요. 놀라운 점은 바이낸스가 아직도 그때의 철학을 유지한다는 거예요. 서비스는 늘리지만 바이낸스가 직접 하지 않고 파트너를 붙이는 식이죠. 이제 체인파트너스도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합니다.”

-비싼 값을 치르고 깨닫게 된 ‘체인파트너스가 잘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요?
“저희는 이제 ‘환전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크립토-크립토 뿐만 아니라 크립토-법정화폐 환전도 진행할 거예요.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제일 싸게, 많이, 빨리 환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서비스의 이름은 ‘Changer.io‘입니다. 저는 Changer.io가 모든 크립토 환전 서비스 중에서 가장 좋은 환율을 제공하리라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 1등 크립토 OTC 회사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가장 좋은 환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이죠?
“Changer.io는 OTC(장외거래)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존 환전 서비스들은 거래소 장내에서 긁어오지만, 저희는 OTC를 통해 장외에서 유동성을 만들어요. 쉽게 비유하면 일종의 도매상 같은 거죠. 대량으로 암호화폐를 사오는 거니까 일반 거래소(리테일)에서 제공하는 환전 서비스보다 싸게, 빨리, 많이 줄 수 있는 거예요. 원래 도매시장은 최소 거래단위가 커서 개인들이 접근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가운데서 OTC와 개인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입니다. 우리는 ‘암호화폐의 코스트코’ 역할을 하는 거죠.”

-OTC와 리테일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시장이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5대 거래소 오더북(Order book)을 다 끌어모아도 10억 어치 BTC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개인들이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면 유동성이 없어서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반면 OTC와 거래하는 세력은 여전히 원활하게 거래했죠.

일반적으로 거래소 같은 브로커는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끼리 페어로 이뤄져야 거래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OTC는 자기가 거래 상대방이 돼서 거래를 받아줘요. 딜링(Dealing)이 가능한 거죠. 저희는 이런 시장 상황에 착안해서 ‘OTC 거래자’와 ‘거래소 거래자’가 분리돼 있다는 점을 공략하려고 해요.

여태까지 개인들은 OTC에 접근하기 어렵고, 법인에선 OTC를 몰라서 바이낸스 같은 거래소에 가입해서 코인을 팔았어요. 앞으로 저희가 그 중간에서 고객신원확인 등의 지원을 해주고, 개인이나 법인의 OTC 가입 장벽을 낮출 계획이에요. 앞으로 ‘Changer.io’를 통해 양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사업 ‘Changer.io’를 위해 미국 재무부로부터 비은행 자금사업자 지위를 취득했다. /출처=체인파트너스

-신사업이 준비 되는 대로 시리즈 B 투자유치를 다시 진행하실 건가요?
“맞습니다. 지금은 일종의 징검다리 투자처럼 진행하고 있어요. 일단 제품이 나오고 실적이 나오면 규모 있는 투자를 받고 싶어요. 올해 하반기 정도에 제대로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중순 ICO 진행 계획을 발표하며 떠들썩했던 적도 있었죠.
“네. ICO는 일단 무기한 연기 상태입니다. 안 할 수도 있어요. 신사업부터 성공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한국과 미국에서 투자금 유치를 시도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투자 계획에 관해선 앞으로 두 달 안에 모두 공개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언론을 통해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크게 두 가지인데요. 우선 첫 번째로 저희를 만나주셨으면 좋겠어요. 투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많은 벤처캐피털이 비트코인의 가격과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동급으로 보고 계세요. 비트코인이 떨어진다고 암호화폐 산업이 망하는 게 아닙니다. 체인파트너스의 비전이 무엇이고, 앞으로 크립토 산업이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기회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답답한 건 설득이 안 돼서가 아니라, 설득할 기회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산업이 안 좋아지면서 업계에 남아있는 일부 사람들은 ‘일단 버티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될 걸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안 되는 걸 버틴다고 갑자기 잘 되진 않으니까요. 저는 2~3년 동안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눈을 길렀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가는 길을 관심 두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조재석 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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