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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ut]파리에서 만나는 최초의 가상현실 야생동물 보호구역


[이 콘텐츠는 input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input은 콘텐츠와 모임을 통해 혁신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동물원에 가본 적 있나요? 대부분 사람은 도시에 삽니다. 더욱이 해외에만 사는 동물을 실제로 보기란 힘듭니다. 다큐멘터리는 내용은 풍부하지만, 영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원에 갑니다. 하지만 동물원에 모든 동물이 있진 않습니다. 환경이 열악한 동물원이라면 ‘이게 올바른 일인가’라는 생각도 들죠.


VR로 아마존의 동물을 만나다



프랑스 파리 서쪽, 불로뉴 숲에 자리 잡은 아클리마타시옹 공원(Jardin d’Acclimatation)을 찾아가봤습니다. 그곳엔 ‘The Wild Immersion’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프랑스의 수의학 박사이자 사업가인 아드리앙 무아송(Adrien Moisson)이 만들었습니다. VR 회사죠.

이 회사의 미션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VR로 만들어진 영상이 사람들에게 경이감과 공감, 그리고 호기심을 주고, 사람들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회복해 생물 다양성과 인류의 미래를 구한다.”

어떤가요? 원대한 꿈을 꾸는 이 VR 회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침팬지 연구의 대모인 제인 구달은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명합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전 세계의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자연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로써 다음 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생활 속 습관을 고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하는 것이죠.

아르리마타시옹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The Wild Immersion 체험관에 도착했습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관객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데이트를 즐기러 온 젊은 커플도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편히 즐길 수 있는 분위깁니다.

체험관은 어두운 조명 아래 나무와 소리, 시원한 바람까지, 마치 야생의 어떤 숲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VR을 통한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감각이 상호작용해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설계죠. 공간 곳곳에 VR 기기가 놓여있고, 관객은 원하는 자리에 앉아 감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얼마나 실제와 같을까요? 현실감은 VR 산업의 핵심 가치입니다. 사람들에게 경이감을 주려는 The Wild Immersion에게는 이 현실감이 더욱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VR 기기를 쓰고 영상을 보는 경험은 놀이공원의 입체영화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놀이기구에 앉아 안경을 쓰면 우리가 갈 수 없었던 깊은 광산이나 동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입체 영상과 움직이는 의자는 현실감을 증대합니다.

The Wild Immersion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최첨단 촬영 기술과 음향 등이 더해져 놀이공원의 입체영화관보다 훨씬 더 실제와 같은 영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상은 360도 카메라로 직접 촬영되었습니다. 아래와 위, 옆과 뒤까지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내가 진짜 그 자리의 동물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숲, 바다, 사막, 북극 등에 사는 동물들이 약 10분 정도 연속으로 등장합니다. 영상은 사람이 동물 앞에서 직접 찍은 것과는 다릅니다. 무인카메라만 놓고 동물들의 진짜 모습을 관찰했죠. 무인카메라가 신기한 동물들은 카메라를 둘러싸고, 만지고, 렌즈에 입을 갖다 댑니다. 그러면 마치 그 동물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만지려 하게 됩니다.


VR, 그 이상의 의미를 찾다

동물을 동물원으로 데려오는 순간, 동물들은 길들여 집니다. 야생성을 잃습니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는 동물의 행동과 습성은 야생의 그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 VR 촬영 기술은 조금 다릅니다. 360도 무인카메라를 야생 한 가운데 던져 놓고, 생생한 모습을 기록합니다.

The Wild Immersion은 VR이 신기한 장난감이나 오락용 영화관람을 넘어서길 기대합니다. 전 세계의 화두가 되는 사회현상과 관련되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저서<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에서 복사본이 오리지널을 넘어선다는 이론을 말했습니다. 축구경기장에서 축구를 보는 사람(오리지널)과 집에서 TV 중계를 보는 사람(복사본)을 비교해볼까요? 직접 축구를 본 사람은 오직 전체적인 모습만 볼 수 있지만, 중계를 본 사람은 편집된 카메라 영상과 전문위원의 해설 등의 효과를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거죠.

The Wild Immersion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복사본을 만들려 합니다. 우리는 동물원(오리지널)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동물들의 숨소리와 울음소리, 그리고 야생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클라마타시옹 공원을 가려면 파리 지하철 1호선 라데팡스 방향으로 가기 몇 정거장 전인 레 사블롱 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매주 토요일은 노란조끼 시위가 있는 날인데, 1호선을 타기 위해선 개선문이 있는 샤를드골 에뚜알 역에서 환승을 해야 합니다. 노란조끼 시위의 여파로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모든 역이 폐쇄되었고, 하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려 30여 분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이런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The Wild Immersion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파리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죠.

유럽에선 노란조끼 시위뿐 아니라 육류 소비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시위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축 농장을 공격하고 정육점 앞에서 시위합니다. 동물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요구하는 거죠. 이 때문에 파리에선 서커스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The Wild Immersion은 동물의 복지와 권리까지 신경 쓰는 전 유럽적 움직임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무엇과 접목하는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생산성의 증대가 제1의 목표였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 걸까요? 그리고 그 사회에서의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기술뿐 아니라 철학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융합적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작성 정수민 디센터 크루(문화예술 칼럼리스트), 편집 심두보기자 sdb@decenter.kr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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