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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암호화폐 ‘매스어답션’은 딴 데 있었다··· 반인륜적 범죄가 판치는 그곳에

/셔터스톡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알면 울고 갈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포하고, 그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아 챙긴 ‘N번방’ 이야기다. 영상을 유포하고 소지한 가담자만 6만 명에 달한다니 그야말로 ‘매스어답션(Mass Adoption, 대중 수용)’이다. 실제 암호화폐를 활용한 서비스 중에서도 활성 이용자가 6만 명인 서비스는 별로 없다.

암호화폐 업계는 그동안 ‘매스어답션’을 외쳐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일상에서 많이 쓰이기를, 우리 사회에 널리 자리 잡기를 바랐다. 그런데 매스어답션은 이미 존재했다. 업계는 처음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서 먹은 날을 ‘피자데이’로 기념하고, 미국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 결제 사례가 나온 날 환호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 없었다. 암호화폐는 매우 활발히 쓰이고 있었다. 반인륜적 범죄가 판치던 그곳에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비롯한 공범들은 성 착취 영상에 대한 대가로 비트코인, 모네로, 이더리움 등을 받았다. 현금에 비해 추적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나름 머리도 굴렸다. 대중적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신 익명성이 강화된 모네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가입자들에게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보다도 추적이 쉬운 암호화폐 구매 대행업체를 권장했다. 그렇게 익명성 강하다는 모네로의 흔적도 금방 잡혔다. 암호화폐 송금을 위해 실명인증(KYC) 절차를 거치는 거래소에도 내역은 그대로 남았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가입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가 범죄에 쓰이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원래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 중 하나는 마약과 총기가 거래되는 다크넷이다. 금액도 점점 늘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암호화폐가 다크넷 시장 범죄에 쓰인 금액은 역대 최고치인 약 6억 달러였다.

그러나 ‘협박-성 착취-영상 촬영-유포’로 이어질 정도로 구조적이고 반인륜적인 성범죄에 암호화폐가 활용된 전례는 없다. 디크립트, 쿼츠 등 암호화폐를 주로 다루는 외신들도 “한국의 성범죄 스캔들에서 비트코인이 쓰였다”며 심층 보도했을 정도다. 심지어 디크립트는 한국인이 성범죄에 암호화폐를 활용한 게 처음이 아니라며 지난해 발생한 ‘손종우 사건’도 함께 보도했다. 손종우 사건이란 지난해 미국 사법당국이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고 회원에게 비트코인을 받은 혐의로 한국인 손종우(23)를 비롯한 일당을 기소한 일을 말한다.

범죄는 진화한다. 소라넷에서 웹하드 카르텔로, 텔레그램으로 이어진 반인륜적 성범죄는 추적이 어려운 형태로 돈을 받고, 보안이 보장되는 플랫폼을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잡히지 않은 성범죄자들이 모네로 같은 프라이버시형 암호화폐를 찾고, 텔레그램보다 더 보안이 탄탄한 플랫폼을 물색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대응 방법도, 사법 당국의 수사 방법도 함께 진화한다. 암호화폐 자금세탁을 막으려 도입한 거래소들의 실명인증 시스템은 성범죄 수사에도 쓰인다. 암호화폐 보안 업체들은 모네로가 아닌 다른 프라이버시형 암호화폐도 추적할 수 있도록 솔루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은 더 크게 알리고, 더 세게 분노한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쓰이더라도 꼬리는 잡힌다. N번방 사건은 이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계기를 통해 암호화폐가 범죄로 매스어답션을 이루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암호화폐 업계가 바라온 매스어답션은 이런 게 아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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