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이를 계속 관리하고 운영해야 한다. 전문 지식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관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본부장은 “기업이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네트워크 설계에만 집중하지 ‘운영’ 부분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어플라이언스 ‘huba’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본사에서 이관호 본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본부장은 “2017년 초 금융회사와 통합인증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며 “이때 고객 사(기업)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보통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그런데 시스템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고객 요구가 이어졌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여러 사안에 대한 문의가 계속됐다. 이 본부장은 “다른 기업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해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업 기회는 많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더 수월하게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툴(tool) ‘huba’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단,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huba 기기를 산 고객 몫이다. 이 본부장은 “노트북을 사면 파워포인트가 설치돼있지만, 그 파워포인트로 무엇을 작성할지는 사용자에게 달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사업 분야에 관계 없이 어떤 기업이든 huba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그는 보고있다.
이 본부장은 “huba를 하이퍼레저패브릭 근간으로 만든 이유는 기업이 보통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이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주요 타깃은 기업 고객이다.
개발자가 아니라 ‘운영자’ 입장에서 모니터링 툴을 구축했다. 기술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시스템 관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인 노드 구성 현황, 각각 노드 상태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직관적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예를 들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빨간색 알림 창이 뜨도록 해뒀다. 어느 부분에 결함이 있는지 인지해야 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삼성SDS나 LG CNS와 같은 대형 SI 기업이 이런 모니터링 툴에 집중하진 않을 것”이라며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형 SI 기업 입장에선 모니터링 툴과 같은 일부 분야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대형 SI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까닭이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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