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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 38]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품은 블록체인, 서른 여덟번 째 이야기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빅스비 T맵 실행시켜줘”, “아리야 서울시청 가자”

필자가 최근에 운전할 때 많이 외치고 있는 문장이다. ‘빅스비’와 ‘아리’를 많이 찾고 있다. 독자들도 많이 부르고 있을 것 같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를 작동 시킬 때와 네비게이션을 통해 길 안내를 받을 때면 어김없이 불러대곤 한다. 특히 운전 중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人工知能, 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예전보다 인식률이 매우 높아져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빅스비 세연에게 전화해줘~”



몇 년 전 추석 연휴 때 일이다. 운전 중에 필자의 아들 ‘세연’이를 찾았을 때, 빅스비는 애석하게도 다른 이를 연결해주었다.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 회장인 오세현 전무에게 연결이 된 것이다. 연결이 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렇지만 연휴 기간에 부재중 전화기록을 보고, 아주 급한 연락으로 생각하고 다급하게 전화를 하셨던 황당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고,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매우 민망했던 사건이었다.

필자의 발음이 좋지 않아서 ‘연’과 ‘현’의 발음이 꼬인 건지, 인공지능의 인식능력이 부족해서 구별 못한 것인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결론은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잘못된 기능이 수행된 것이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담당한 시스템이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경영정보시스템)였다. 인사/급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급여 체계의 복잡함에 고생을 했었다. 특히, 제조업체의 급여 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흔한 얘기로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얽히고 설켜있는 수당 체계에 혀를 내둘렀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개발할 시점에는 국내에 연봉제가 도입된 시절이었다. 급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연봉제는 그야 말로 신세계였다. 그 사람이 받는 연간 급여를 단지 12로 나누어서 계산하면 끝이었다. 얼마나 간단하고 편한지 연봉제를 처음에 기획한 사람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실제 국내 기업의 급여 체계는 연말정산과도 관련되어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대는 세액공제 대상이라 제외되고, 학자금은 급여 성격이라 포함 되는 등 과표에 잡히는 대상의 금액 여부에 따라서,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기도 하다.

최근에 필자가 본 이슈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당혹스러운 것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최저시급에 따른 최저임금을 못 맞춘다는 내용이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 보면,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생계비를 보장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다양하고 복잡한 수당으로 인해, 신입사원도 연간 5,000만원이 넘는 급여를 받는 회사의 근로자가 연봉으로 2,000만원을 받는 회사원보다 시급이 적은 사람이라고 한다. 대기업이 시급 8,350원도 못 맞추는 사업장이라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제도의 맹점이 만든 폐해라고 생각된다. 이럴 때는 모든 걸 쉽게 해결해 주는 인공지능이 있었으면 하는 망상에 빠질 때가 있다.

인공지능은 학연, 지연, 혈연에 얽히지 않는다. 비리에 얽매일 위험요소가 없어 보인다. 학습을 통해 똑똑해진 인공지능은 기억력 감퇴로 실수를 하지 않는다. 주의력이 부족해서 빼먹는 일도 없다. 반복되는 일을 한다고 짜증을 내지도 않는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블록체인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이 있다. 합의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자는 움직임들이다.

인공지능이 좋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이 필요하다. 필자의 에피소드의 경우를 보면 학습이 부족한 것인지, 추론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작동과 결과가 나온 것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진화하고, 블록체인 시스템도 진화하고 있다. Autonomy(자율적 운영)와 Automation(자동화)의 결합 없이 블록체인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의 결합이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숨어있는 문제점이 무엇이 있을지 차분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먼 훗날의 일이 되겠지만 터미네이터들이 인간과 대결하는 날이 온다 해도 블록체인이 막아줄 수 있는 방어막을 미리 준비하는 혜안이 필요해지는 시점인 듯 싶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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