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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 35]뜨거움과 차가움의 경계와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혹서기 골프와 혹한기 골프 중에 어떤 것이 더 힘든 운동인가?”

과거 골프 동호회에서 필자가 했던 질문이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다.

더위와 추위에 대한 개개인의 선호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당시의 대답은 이랬다. 아주 더운 날씨에 야외 운동도 매우 힘든 것이지만, 과반 이상의 인원이 추운 날씨에 야외 운동이 더 힘들다고 대답을 했었다. 야외에서 활동할 때 그늘에 가만히 있는 것으로 손쉽게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추위는 물리칠 방안이 쉽지 않고, 고통의 강도가 더 심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바람의 경우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고통을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하기에 혹한기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었다.



2018년 블록체인은 정말 뜨거움으로 시작해서 냉탕 온탕을 오갔었다. 지금은 냉탕을 지나서 얼음 속에 갇힌듯한 냉기와 살을 에는 듯한 한파를 느끼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의 이야기이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보면, 매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암호화폐의 입장에서 2018년은 특히 다양하고 복잡했던 사건 사고가 잦았던 한 해였다.

연초 2,500만 원을 넘겼던 비트코인의 활황세가 일명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는 법무부의 거래소 폐지 발언을 기점으로 혼란이 촉발되었다. JTBC가 주최한 ‘가상화폐,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토론회에서 김진화 전 코빗 대표와 유시민 작가의 설전이 펼쳐졌고, 거래소 해킹사고, 거래소 대표가 구속되거나 수사를 당하는 일, 돈스코이 보물선 코인 사건을 비롯한 사기 행각, 노래방도 벤처가 가능한데, 암호화폐거래소는 벤처업종 지정제외가 되는 사건 등 정말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블록체인 업계에 ICO(Initial Coin Offering)는 큰 열풍이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를 받기 쉽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투자자에게도 메리트(merit)가 적지 않은 모델이었다. 그래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도 ICO(Initial Coin Offering) 광풍을 지나서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열풍을 거쳐 지금은 STO(Security Token Offering)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자금 모집 방식에 대한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이유는 투자에 대한 안전성이 사건 사고와 더불어 변천을 거치고 있다.

투자자의 경우 연초에 1억을 투자했을 때 현재 500만 원 만남아 있는 깡통 수준이 대다수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매서운 겨울 날씨 이상의 심적인 추위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뜨거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블록체인 사업 통합 설명회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업 내용을 듣기 위해 참석자가 몰려들었다. 2019년 사업설명회에서는 예전에 비해 과제들이 다양해지고, 자유과제들도 많아졌다. ICT 개발사들이 기존 업무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볼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현재 국내에만 200여 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있고, 블록체인 단체도 2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거의 난립 수준이다. 암호화폐를 통한 투자만 관심을 두고 바라보지 말고, 좀 더 많은 시범 사업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 냈으면 한다.

공공 분야에서 추진되는 사업의 특징은 활용도가 명확하고 파급력이 큰 경우가 많다. 민간 분야에 비해서 블록체인이 갖는 순수한 기능을 검증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공 분야는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의 중앙화된 통제 시스템이 훨씬 유용한 경우가 많다. 시범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별해 내야 할 것이다.

공공분야에서 블록체인 적용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매서운 추위 이상의 시련에 맞닿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시범사업도 허울뿐인 블록체인이 아니라,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역할을 하도록 성장해야 한다.

힘들고 매서운 겨울이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온다. 봄이 올 때 기지개를 쭉 펴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으려면, 길고 추운 겨울을 살아서 이겨내야 한다. 블록체인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라보고, 시작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방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월동준비 하는 마음으로 자생력 있는 블록체인을 준비해 보자.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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