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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공구사기의 진짜 가해자는?


“12월 8일 오후 6시 XX동 XX카페에서 뵙지요”

그렇게 만난 공구방 총판들은 평생 들을 욕을 며칠새 다 들었다고 했다. 단체 채팅방에서 말하는 것처럼 호화스러운 차를 끌거나 명품가방을 드는 대신 윗선을 고소하기 위한 고소장과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물론 기자를 만나기 위한 자리였으니, 수척한 얼굴과 읍소는 기본이리라. 그걸 감안하더라도 말 한마디, 깊은 한숨 속에는 ‘지침’이 새어나왔다.

총판 중 한 명인 박 씨는 “주위 사람들과 몇 푼씩 모아 투자를 했고, 그게 성공한 것이 화근이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동구매방(공구방)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다고 전했다. 자신으로 인해 손해를 본 수 많은 피해자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돌려줄 이더(ETH) 만이라도 받기 위해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전히 ‘악’이다.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며 단톡방 내 투자자들을 현혹해 자금을 모아왔다. 그러나 그들의 속사정은 다른 피해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 모아둔 종잣돈을 불려보겠다며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고 일가친척, 지인들을 끌어들여 판을 키웠다.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윗선에서 이상한 토큰 거래 조건을 붙여도 그냥 넘어갔다. 물론 이런 말로 대량의 자금을 수탁해 사기범죄에 가담한 죄가 희석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가해자다. 동시에 욕심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피해자이기도하다.

블록체인은 미래산업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전 행정이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개인 과세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은 증권형 토큰을 주식으로 간주하며 정식 투자상품으로 런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국은 어떤가.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라며 최소 수 백 억 원 대에 이르는 암호화폐 사기피해사건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개념도 없는 개인들이 투자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에 정부는 이렇다할 대응도 못하면서 내년부터는 블록체인 관련 예산을 3배로 늘리고 시범사업을 2배로 늘린다고 한다. 국회 주도로 블록체인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스터디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수 조원을 들여 블록체인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블록체인을 한 물 간 사기, 바다이야기 ver.2로 인식하는 상황이다. 전통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촘촘하다 못해 빽빽한 투자자보호체계를 운운하는 정부는 미래 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선 모든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린다. 거래소나 암호화폐 공개(ICO) 가이드라인이라도 달라는 업계의 호소에도 귀를 막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는 블록체인 1등 국가보다는 암호화폐 범죄 피해 1등이 더 가까워 보인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민서연 기자
minsy@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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