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열린 토큰2049에는 웹3 산업의 핵심 투자자로 꼽히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시장 진입 전략(GTM)을 설계하는 VC는 웹3 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꼽힌다. 이번 기고문은 현장에서 만난 VC들의 이야기를 통해 웹3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본다.
대다수 VC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사용 사례’였다. 조어 제이티 로 인피니티 벤처스 크립토(IVC) 파트너는 “이제 시장은 서사만 가득한 프로젝트에 지쳤다”며 “실제 유저가 있고 수익이 나는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높이 평가했다. 로 파트너는 “국경 간 결제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저렴한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최근 5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결제 시 신용카드 국제 브랜드 수수료(1%), 카드사 수수료(0.25%), 환전 수수료(1%) 등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거의 없는 스테이블코인은 직관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리슬라브 흐린셰브 모닝스타 벤처스 특수 프로젝트 리드는 웹3 게이밍과 체인 간 통신 솔루션에서 대표적 사용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게임이 적절한 보상 구조와 사용자 경험을 갖추면 수백만 사용자를 웹3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계 기업들이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고, 각국 정부가 친화적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웹3 대중화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앱(dApp)을 사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켈빈 코 코 더 스파르탄 그룹 공동창립자는 “웹3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면서 “웹3 게임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아크샷 베이디야 마엘스트롬 공동 창립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지목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과 해고 등도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컨트랙트와 AI 에이전트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의 융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용자는 기존에 복잡하게 실행해야 했던 과정을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으로 대신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금융 대비 블록체인 환경에서 AI 에이전트가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이 많아 향후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VC들은 RWA에도 주목하고 있다. RWA는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토큰화해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 공동창립자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웹3 시장에 진입했다”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자산들이 블록체인에 올라올수록 더 많은 기관투자가가 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임스 오 디지털파이낸스그룹(DFG) 창립자도 “RWA는 현실화될 것”이라면서 “이 흐름을 주도하는 선도자가 누가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자산운용사들은 언제든 RWA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일반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에 유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기업이 앞장서서 소비자에게 RWA 상품을 적극 제안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 수요를 중심으로 한 자산이 블록체인에서 먼저 토큰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VC들이 웹3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각기 달랐다. 베이디야 마엘스트롬 공동 창립자는 2013년 비트코인 투자 손실을 계기로 웹3 기술을 공부하게 됐다. 그는 손실을 성장의 계기로 삼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강세장보다 약세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 DFG 창립자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로 웹3 산업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법정화폐의 기반과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대안으로 적합해 보였다”고 블록체인에 주목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는 DFG와 제이스퀘어 등 웹3 전문 투자펀드를 설립했다.
전통 금융권 출신인 코 스파르탄 그룹 공동창립자는 2017년 전세계에 불어닥친 가상자산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열풍을 보며 시장 잠재력에 눈을 떴다. 그는 “당시 구글, 아마존 등 유수의 IT 기업 종사자들이 웹3로 진출하는 현상을 일종의 시그널로 봤다”면서 웹3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를 전했다.
흐린셰브 모닝스타 벤처스 리드는 컨설팅사 사내 벤처팀 인큐베이션 팀장을 맡으며 VC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에는 차와 다구를 판매하는 한-치가라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그는 “혁신, 시스템 디자인, 탈중앙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러한 논리 구조에 따라 자연스럽게 웹3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 IVC 파트너는 크레디트 스위스와 씨티그룹 등 전통 금융사를 거쳐 웹3 산업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실물연계자산(RWA)에 대한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티제로(tZERO)라는 회사를 창업했지만 규제 미비로 인해 사업을 접었다. 이후 리플렉트 벤처스를 공동 창립했고, IVC에서는 파트너로 일하며 웹3 투자자로 커리어를 지속하고 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기고문은 카탈라이즈 리서치의 두바이 토큰2049 참관기 시리즈입니다. 카탈라이즈 리서치는 웹3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고투마켓(GTM) 전략,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두바이=신지민 카탈라이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