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디센터 스냅샷] '상장피' 의혹 투명한 정보 공개로 풀자



상장피(fee)는 암호화폐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을 대가로 프로젝트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그런데 거래소들은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뛴다. 마케팅과 개발 및 운영비 명목으로 합당하게 청구한 것일 뿐 얼토당토않는 코인을 상장해 준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궁금한 건 그들의 주장이 아니라 근거다. 상장을 대가로 돈을 받은 게 아니라면 프로젝트로부터 상장과 관련해 받은 금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먼저다. 현재는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상장피를 받았다고 한들 처벌 받지도 않는다.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정당한 수수료’라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의혹만 더욱 키울 뿐이다.

최근 국내 양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상징피 논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면에서 아쉽다. 피카(PICA) 코인 발행사 피카 프로젝트가 업비트가 PICA 코인 500만 개를 사실상 상장피로 받아갔다고 주장하자 업비트는 해당 물량은 마케팅 용으로 받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빗썸도 프로젝트로부터 상장을 대가로 수억 원대 상장피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언론을 통해 언급된 일명 ‘상장피’는 빗썸의 개발, 운영비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주장만 있고,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는 보이질 않는다.



이럴 바엔 차라리 거래소들이 마케팅이나 코인 관리에 소요된 비용을 상장피로 인정하는 게 깔끔하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거래소들이 정당한 비용 청구였다는 것을 입증하면 상장피가 법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상장피를 거래소 법인이 수령했고, 거래소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코인 관리 유지비의 일종이라고 한다면 법적 문제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권단 DKL 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도 “거래소 법인 자체가 상장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규제 법률이 없는 이상 영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어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소들이 정당한 비용 청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오히려 상장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프로젝트와의 비밀유지계약서(NDA) 체결을 이유로 관련 내용을 숨기기에 바쁘다. 이런 대응으론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상장피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상장 과정에서 거래소에 건네는 돈을 코인 관리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단 상장을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으로 여기는 프로젝트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소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상장피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세금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로부터 현금으로 상장피를 받고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탈세 문제가 발생한다. 거래소가 상장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로 받은 코인이라도 시세조종에 활용했다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임원규 법무법인 제이엘 변호사는 "거래소가 상장피로 받은 코인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린 뒤 코인을 팔았다면 투자자를 기망했기에 사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훈 변호사도 “법인이 수령한 상장피 활용처가 소위 해당 코인의 펌핑 또는 마켓메이킹에 활용됐다면 경우에 따라 거래소와 프로젝트의 형사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업계의 투명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상장피 관련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거래소들도 정당하게 비용을 청구해 합법적으로 사용했고, 세금 신고도 제대로 했다면 정보를 공개하는 게 유리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거래소는 상장수수료 산정 기준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상장심사수수료는 상장 금액에 따라 달라지며 500만 원에서 시작해 최대 8,00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투자자와 프로젝트들에게도 좋다.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의 상장부터 거래 직전까지 일련의 과정을 확인 할 수 있고, 프로젝트들도 예측 가능한 상장 준비를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투명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발벗고 나서길 기대한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