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몇몇 암호화폐 홀더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의 암호화폐 지갑에 모르는 주소로부터 888,888개의 KICK 토큰이 전송된 겁니다. 9일 기준 88만 개의 KICK 토큰은 우리 돈 50만 원 정도였으며, 가격은 무섭게 올라 75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대체 누가, 왜 대량의 토큰을 개인 지갑으로 보낸 걸까요?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KICK’ 토큰은 캐나다 국민 메신저 ‘Kik’의 토큰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9월에 ICO(암호화폐 공개)를 진행했던 러시아 소재 ‘킥ICO’라는 팀이 발행하는 토큰입니다. 당시 킥ICO는 블록체인 기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2,300만 달러(270억 원)를 모금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킥ICO는 왜 전송도 못 하는 토큰을 보낸 걸까요? 새롭게 여는 자사의 암호화폐 거래소 ‘킥엑스(KickEX)’를 홍보하고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섭니다. 킥ICO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동결된 토큰(Frozen token)은 일정 기간,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잠겨있을 것”이라며 “토큰을 녹이는(토큰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은 킥엑스 거래소가 론칭한 뒤 공지사항을 통해 자세히 공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킥엑스 거래소는 이번 해 2분기(4월~6월)에 정식 론칭할 예정입니다.
토큰을 888.888개씩 보낸 이유는 간단합니다. 팔(八)은 중국에서 부와 재산을 의미하는 행운의 숫자입니다. 8이 많을수록 좋은 의미죠. 마침 킥엑스는 중국 춘절을 맞아 프로모션을 진행할 만큼 중국 트레이더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킥 토큰 동결해제 하는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공개키에 0.1ETH를 보내면 동결이 해제된다는 식의 사기(Scam)가 떠도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KICK 토큰을 받은 한 레딧(Reddit) 유저는 “나는 당신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거래소에서 KYC(신원인증절차)를 진행할 생각도 없다”며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스팸 토큰이 없길 바란다”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개인의 지갑에 ‘거래할 수 없는’ 암호화폐를 전송하는 이벤트는 크립토 산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마케팅 방법이 옳고 그르다는 따질 수 없겠지만, 분명한 점은 내 삶에 의도치 않았던 토큰이 끼어들었다는 점이네요.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었습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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