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일찍 시장에 진입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리브랜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프로젝트나 서비스 이름을 바꾸고 사업을 더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리플은 최근 자체 솔루션 ‘X Rapid‘의 브랜드명을 ’ODL’로 변경했다. 모나코는 지난해 프로젝트명 자체를 크립토닷컴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아이온(Aion)도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일찌감치 시장에 진입한 아이온은 한때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60위권 내에 들 만큼 많은 투자자를 모았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한 아이온은 지난해 4월 메인넷을 출시했다. 하지만 아이온은 이런 인지도를 포기하고 지난달 프로젝트명을 ‘오픈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Open Application Network, OAN)‘로 변경했다. 아이온이 리브랜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튜 대표는 지금까지 수많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나왔지만, 이 플랫폼이 시장에서 실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서비스가 현존하는 서비스의 탈중앙화 버전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결하고 싶은 실생활의 문제로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문제를 꼽았다. 매튜 대표는 “우버,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상 이해당사자 간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전했다.
OAN은 플랫폼 이해당사자 간 균형을 조정할 수 있도록 오픈 이코노미, 오픈 거버넌스, 오픈 아이덴티티, 오픈 펀딩 등의 기능을 도입했다. 오픈 이코노미는 OAN상 참여자들이 맞춤형 자산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며, 오픈 거버넌스는 네트워크상 의사 결정을 참여자들의 투표로 진행하는 기능이다. 또 오픈 아이덴티티는 OAN 참여자들이 개개인의 프로필을 지닐 수 있게 하는 기능이며, 오픈 펀딩은 OAN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다만 오픈 키트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지갑 등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 개발자들을 위한 SDK는 아니다. 매튜 대표는 “오픈 키트는 블록체인 개발자가 아닌 개발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키트”라며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등 이해당사자 간 불균형 문제가 있는 기존 서비스에 탈중앙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픈 키트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은 기존 아이온 플랫폼에서 사용되던 아이온 코인(AION)으로 사용료를 낸다. 매튜 대표는 “기존 아이온 프로젝트를 지지했던 스테이커(Staker)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 개발자들이 아이온 코인으로 사용료를 내게끔 했다”고 밝혔다.
개발자 키트를 출시한 만큼 개발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더리움, 코스모스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개발자들끼리 자체 커뮤니티를 구축해 플랫폼 성능 향상을 이끌고 있다. 매튜 대표는 “OAN 개발 담당인 아만 알람(Aman Alam) 주도로 개발자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서 언급했듯 블록체인 시장이 아닌 기존 시장에서도 OAN 플랫폼이 필요한 개발자들이 있으며,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매튜 대표는 내년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을 강화해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 세계 개발자들이 OAN을 쓸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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