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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vs페이스북 리브라vs개인들의 비트코인’…화폐의 3파전 열린다

장중혁 디쿤 이코노미스트, 오태민 마이지놈박스 소장이 본 리브라와 화폐의 미래
“페이스북 리브라는 화폐와 국가가 묶인 국제 질서의 해체 시도”
“새로운 화폐 시스템 성공하면 구글, MS 등 공룡 기업 화폐 발행 시도 가능성 높아”
화폐를 두고 국가와 기업, 개인이 경쟁하는 시대 예고
페이스북, 각 국 정부 정치적 입장 따라 허용 여부 갈릴 듯

  • 김흥록,김경미,정가람 기자
  • 2019-07-10 09:01:03
기업이 돈을 만들 수 있을까. 기업이 발행한 돈으로 은행 빚을 갚고 생필품을 구매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기존 법정 통화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최근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의 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런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뿐 아니라 전세계 공룡기업들이 자체 화폐를 내놓아 돈의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이 경우 기업이 내놓은 화폐(리브라 등)와 개인들이 발행한 화폐(비트코인 등)가 달러로 상징되는 기존 국가 화폐와 힘겨루기를 하는 새로운 화폐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이 지니는 의미와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인 장중혁 디쿤 크립토이코노미스트와 오태민 마이지놈박스 블록체인 연구소장과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국가를 새로 만들겠다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개별 국가는 자국 화폐를 통제하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질서를 갖추고 있다”며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이같이 정치적 질서와 화폐 질서가 한덩어리로 묶인 국제 체제를 해체하겠다는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오 소장 역시 “각국 개별 국가의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자국 국민들이 자국의 화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환율과 통화량을 조절해 경제의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것”이라며 “그런데 세계 각국 국민들이 경제 위기 등이 우려될 때 자국의 화폐를 리브라로 바꿔 보유하게 되면 정부 입장에 환율과 통화량을 조절하기 힘들어 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기존 법정통화 체제의 위기 가능성을 짚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지난달 18일 공개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다. 기존 페이스북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접목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한 마디로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돈을 만들겠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구상이다.

‘미국 달러vs페이스북 리브라vs개인들의 비트코인’…화폐의 3파전 열린다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와 달리 국경을 넘은 송금이나 거래를 할 때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처리 속도도 상대적으로 빨라 국가 단위를 초월한 금융활동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비트코인의 경우와 같이 가격 변동이 심해 일상적으로 돈 처럼 쓰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페이스북은 달러나 유로 등 기존 화폐들로 가치를 보장해 가격 변동성이 적은 형태로 리브라를 구성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측은 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의 엔, 영국의 파운드를 리브라 가치 보존을 위한 통화 바스켓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그는 “리브라가 커질 수록 리브라 운영협회 측에서 기초 자산구조를 변화시킬 때마다 각국 정부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한국 국채를 100억원 가량 리저브 바스켓에 넣어두다 빼기로 하는 순간 한국은 외국 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라고 했다. 이어 “원유나 무기 거래처럼 기존 법정화폐들 끼리도 결제 단위가 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분야까지 리브라가 침투한다면 그 임팩트는 더욱 커진다”며 “그런 측면에서 미국 의회가 리브라를 두고 ‘달러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표현을 하면서까지 발끈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하원 의회는 페이스북이 리브라 계획을 발표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 “달러와 경쟁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즉각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황이 중국건설은행 부행장 역시 최근 “리브라의 등장으로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며 “만약 리브라가 성공하게 되면 그것은 금융산업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전복”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들이 ‘세계 화폐’의 지위에 도전했음에도 왜 세계는 유독 페이스북 리브라를 두고 긴장하는 것일까. 오 소장은 “화폐의 영향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화폐를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페이스북 이용자는 24억명인데, 현재 전세계 24억명이 동일한 화폐단위를 쓰고 있는 경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우버, 이베이, 비자 등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관 면면을 보면, 딱 이 기업들이 커버하는 네트워크에서만 리브라가 쓰인다 하더라도 저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어떤 믿음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달러vs페이스북 리브라vs개인들의 비트코인’…화폐의 3파전 열린다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사진=더 블록

이들은 페이스북 이후 기업 화폐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오 소장은 “블록체인이 확산될수록 온라인 상에서 자산의 거래는 활성화되는 데, 이때 참치나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는 매개가 되는 회계 단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세계 자산 거래, 금융 거래 시장을 장악하는 화폐에 대한 매력은 엄청나다”고 했다. 그는 “만약 각 정부들이 리브라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새로운 화폐 영역을 두고 MS, 구글, 삼성 등 세계 공룡기업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봤다.

화폐 발행 주체 역시 다양화될 것으로 봤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국가 주도의 화폐가 가장 영향력이 크지만, 초국가 기업들이 연합해 발행하게될 암호화폐가 상당히 큰 충격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여기에 개인들의 연대에 의해 발권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특유의 생존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래의 화폐는 이 세 세력의 패권 경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페이스북은 각국 정부의 규제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두 전문가 모두 “쉽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여지는 남는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 정부라고 해서 모든 국가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지어 리브라 협회에 각국 정부가 참여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

/영상=김경미기자·정가람기자 ki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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