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리버스 ICO가 대세? 속 빈 스타트업이 ICO 악용

VC, 리버스 ICO로 윗돌 놓고 아랫돌 회수

스타트업, 밑 빠진 독에 물 더 붓기 위해 ICO

제약 많은 VC 투자보다 손 쉬운 ICO 선택

리버스 ICO, 블록체인 빼고도 작동해야


# 스타트업 A는 2010년 창업 붐 속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설립 후 몇 년이 되지 않아 수십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경쟁은 심해졌지만 몇 년 후 다시 수십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두 번의 펀딩 과정에서 한 벤처캐피털(VC)은 1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넣었다. 이후 수많은 스타트업이 경쟁자로 등장하고, 투자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장은 힘겨워졌다. 올해 초 이 업체는 돌연 해외에서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했다. 그리고 기존 사업을 근거로 수 백억 원의 자금을 거뜬히 모았다.

스타트업 A사처럼 아이디어가 아닌 기존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ICO를 하는 이른바 리버스 ICO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보다 사업화가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운 스타트업의 리버스 ICO는 조심히 살펴야 한다”며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 회수 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붓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윗돌 놓고 아랫돌 빼기… VC, 투자회수 창구로 ICO 악용= 스타트업은 초기 자금 뿐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돈을 외부, 특히 벤처캐피털로부터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 등으로 불리는 단계를 거친다. 한 번에 큰돈을 받지 않고 기업 성장 단계별로 가치를 확인한 후 추가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필연적으로 여러 투자자가 참여하게 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VC가 자신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에 ICO를 권유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또 다른 성장을 도모하는지, 아니면 ICO를 통해 자금을 모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부분의 VC는 기관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든다. 펀드는 투자 후 통상 5년내 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 만들어지기 시작해 사업이 안착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ICO에서는 구체적인 자금 활용처에 대해 알기 어렵다”면서 “스타트업의 사업 위험을 ICO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넘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곶감 빼먹듯 빼 쓰는 ICO … 편한 돈 찾는 스타트업=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ICO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규제 전에 ICO를 진행해 자금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특히 불편한 VC 돈보다는 편한 ICO 자금을 받겠다는 목적의 리버스 ICO도 적지 않다.

VC는 스타트업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격과 해당 사업의 시장 등을 고려해 투자금을 정한다. 스타트업 역시 한꺼번에 대규모의 투자 유치를 원하지 않는다. 단계별로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이 창업자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ICO는 다르다. 한 번에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의 자금이 모인다. 일시에 필요한 자금을 받은 후 백서에서 밝힌 계획을 위해 쓴다.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6·13 지방 선거 전에 ICO를 진행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었다”며 “대부분은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두르는 모양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그는 “VC 돈은 쓸 때 통제를 받지만 ICO 돈은 자유롭게 쓴다”며 “편한 돈 찾아 리버스 ICO 나서는 스타트업도 많다”고 꼬집었다. 또 한 사모펀드 운영자는 “기업은 끊임없이 사업을 수정하고 그때마다 필요한 자금을 주식 혹은 채권의 형태로 조달한다”면서 “ICO 프로젝트가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빼고도 비즈니스 작동해야… 보호예수 필요= 블록체인 기술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ICO 백서를 볼 때 꼭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지, 블록체인 기술을 빼고도 비즈니스가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자금모집 규모가 적절하고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든 ICO든 사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중요하다”며 “기존에 사업을 하고 있다고 무조건 의미 있는 ICO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이 사업이 확인될 때까지 발행한 암호화폐를 팔지 못하게 하는 보호예수제도(Lock-up)를 스마트 계약으로 맺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