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 간 소송이 5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리플은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인프라 등 핵심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대감에 엑스알피(XRP)는 12% 이상 급등했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은 SEC의 항소와 리플의 교차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공동합의를 7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양측은 소송 비용과 수수료를 각자 부담하기로 했다. 스튜어트 알데로티 리플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위원회 표결 이후 SEC와 리플은 항소를 기각해달라는 서류를 공식 제출했다”며 “이제 끝,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엑스알피(XRP)는 빠르게 상승했다. 이날 오후 2시 20분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XRP는 전일 대비 12.45% 오른 3.343달러를 기록했다.
SEC는 2020년 말 연방 법원에 리플을 제소하며 XRP 토큰 판매가 미등록 증권 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로 2023년 아날리사 토레스 뉴욕 연방 판사의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가상장산 거래소에서 판매한 XRP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지만 기관 투자가에게 판매한 XRP는 미등록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반박해 SEC가 2024년 10월 항소했고, 리플은 교차항소로 맞대응한 바 있다.
5년간 발목을 잡았던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리플의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리플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플랫폼 레일을 2억 달러(약 2777억 4000만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일은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하나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처리하는 인프라 기업이다. 가상 국제은행계좌번호(IBAN)와 명의 계좌 발급, 달러 결제망, 자동화된 결제 처리 시스템 등을 갖췄다. 이를 통해 핀테크 회사나 네오뱅크(오프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모바일만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결제 서비스 업체, 대기업이 별도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전 세계로 자금을 빠르고 간편하게 송금·수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현대 금융의 핵심 축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레일과 함께 글로벌 결제에서 혁신과 채택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이날 기준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의 시가총액은 6억 2074만 달러(약 8625억 8030만 원)로, 15위다. 올 4분기 레일 인수가 완료되면 RLUSD 활용성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리플은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전방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7월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연방 신탁은행 설립을 신청하고 연준 마스터 계정 접근도 추진 중이다. 또 같은 달 엑셀라 재단·피어시스트와 함께 이더리움가상머신(EVM) 호환 XRP레저 사이드체인을 출시해 이더리움 생태계와의 상호운용성도 확보했다.
리플은 “현재까지 30억 달러(4조 1670억 원) 이상을 인수와 전략적 투자에 투입했다”면서 “앞으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적극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