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일본, 그리고 한국을 4대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규제가 명확해지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리차드 리우 후마 파이낸스 공동 창업자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은 전반적으로 가상자산을 적극 수용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리우 창업자는 최근 한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국내 규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 기업과도 접촉하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 정비가 이뤄지면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후마의 자체 토큰(HUMA)은 지난 6월 빗썸 원화마켓과 업비트 비트코인·테더(USDT) 마켓에 잇달아 상장되며 한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후마 파이낸스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금융(PayFi) 인프라 기업이다. 신용카드 정산·국경 간 송금·공급망 금융 등에서 발생하는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제 사업자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미리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 당일 정산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작동 구조는 다음과 같다. 일반 사용자, 기관, 크립토 펀드 등 다양한 참여자가 후마 프로토콜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들은 자금을 예치하고, 수수료 수익의 일부를 이자나 HUMA로 받는다. 이 유동성을 활용해 후마는 결제 사업자가 고객 자금을 이미 확보해 별도 계좌에 보관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한 뒤 스테이블코인으로 먼저 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실제 정산 자금이 전통 금융시스템을 통해 도달하면 상환 받는 구조다.
국경 간 결제의 경우 기존에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하면 여러 은행을 거쳐야 해 송금부터 실제 입금이 되기까지 보통 3~4거래일이 걸렸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빠른 정산을 위해 각국에 미리 자금을 예치해 둬야 하는데, 후마에 따르면 이렇게 묶여 있는 자금은 약 4조 달러(약 5556조 8000억 원)에 이른다. 후마는 이 같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당일 정산(T+0)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리우 창업자는 “전세계 어디서든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금을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56억 달러(약 7조 7750억 원) 규모 결제를 처리하는 동안 채무불이행 사례는 단 한 건 발생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2022년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립된 후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아 2023년 2월 830만 달러, 2024년 9월에는 38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 서클의 서클벤처스를 비롯해 해시키 캐피털, 터키 최대 민간은행 이쉬뱅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티바스 벤처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올 하반기 목표를 묻자 리우 창업자는 “연내 온체인 결제 처리 누적 규모를 1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이 수치가 달성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페이파이의 실효성이 입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