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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유동성 확보가 관건···퍼블릭 체인서도 발행 허용해야" [블록체인 NOW]

■웹3 토론회 '웹3 기술기업이 바라본 시장 걸림돌'

당국 가이드라인상 참여문턱 높고

개별 체인 구축 비용도 무시못해

자칫 이용자 없는 시장 만들수도

기술적 개방만이 ST 생태계 구축

행정절차 간소화·투자금 상향 필요

27일 서울 역삼동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센터 웹3 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도예리(왼쪽부터) 디센터 취재팀장, 김종협 파라메타 대표,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 조원호 람다256 그룹장, 김용건 블로코 CTO. 성형주 기자


토큰증권(ST·Security Token) 시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풍부한 유동성을 담보하려면 궁극적으로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토큰증권이 혁신 금융을 지향하는 만큼 혁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칫 시장만 열리고 이용자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과 디센터가 27일 서울 역삼동 해시드라운지에서 개최한 ‘디센터 웹3 토론회’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은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물로 유동성을 꼽았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보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블록체인 요건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노드(node)’를 51% 이상 다른 금융기관으로 구성하고 권리자 및 거래 정보 기록 등을 위해 별도 디지털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드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로,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데이터는 각각의 노드에 모두 저장된다. 가이드라인을 따르려면 이더리움처럼 전 세계 누구나 노드로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체인’에서는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없다. 대신 금융사들이 별도로 블록체인을 구축해 허가된 일부 기업만 노드로 참여시키는 ‘프라이빗 체인’만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는 블록체인 기술만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거래량 상위 5위 토큰증권은 모두 퍼블릭 체인에서 발행됐다”면서 “초기 유통량 확보를 위해 퍼블릭 체인에서의 발행 허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토큰증권 발행 기관마다 프라이빗 체인을 만들면 개별 구축 과정에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토큰증권으로 거래 비용을 절감한다는 도입 취지와는 결이 다른 셈이다. 조원호 람다256 그룹장은 “결국 프라이빗 체인은 기업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토큰증권을 하면 뭐가 좋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술 측면에서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그룹장은 “발행을 좀 더 쉽게 하고 투자자의 공시 의무보다 증권 신고서 등 과정을 간략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큰증권이 혁신 금융 서비스인 만큼 위험하다는 선입견 아래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기업이 다양한 인프라나 솔루션을 적용해볼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큰증권 투자 한도 상향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조각투자의 일반 투자자 한도는 최고 2000만 원으로 제한하는데 토큰증권도 같은 기준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도 마련 시 수탁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해 FTX 파산 사태에 이어 올해 위믹스(WEMIX) 등 주요 가상자산의 유통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제3자에게 분리 보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 대표는 “토큰증권도 제3자에게 수탁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 참석자들은 단순히 토큰증권 ‘발행 허용’에만 집중하면 자칫 수요 없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혁신 기술은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등장하고 이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최근 제도화 과정을 보면 이런 절차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순서가 뒤바뀌어 규제가 앞서게 되면서 혁신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상품과 편의성·진입장벽 등 시장에 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후 해당 문제를 블록체인을 적용해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규제로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협 파라메타 대표는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는 거버넌스와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면서 “기술에 대한 신뢰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시장의 우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용건 블로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최우선”이라면서도 “이후 기업이 이슈에 대응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제도를 개선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풀어갈 과제들과 별개로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기대는 곳곳에서 드러나는 모습이다. 김 CTO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관련 기술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토큰증권을 활용하는 시도가 나온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에서는 클래식자동차의 투자 수익이 200%에 달할 만큼 독특한 시장이 형성됐다”며 “토큰증권이 다양한 대체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예리·최재헌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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