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디센터 스냅샷] 토끼굴에 빠진 동남아···위믹스 사태에도 P2E는 간다



“토끼굴에 빠졌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투언(P2E, Play-To-Earn) 게임 엑시인피니티는 동남아 일대를 휩쓸었다. 택시 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짬짬이 스마트폰으로 엑시인피니티를 하며 부업을 할 정도로 어디서든 사람들은 엑시인피니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고, 엑시인피니티 게임 토큰 SLP 가격도 곤두박질치면서 P2E 게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 열기가 사그라들 법도 한데, 최근 취재 차 들른 필리핀 마닐라와 태국 방콕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대답은 예상과 정 반대였다. 토끼굴에 빠졌다는 것이다.



‘토끼굴에 빠졌다’는 비트코인(BTC), 디파이(De-Fi) 등 웹3 매력에 빠졌을 때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져 신비한 세계로 들어갔듯 웹3를 파면 팔수록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의미다. 엑시인피니티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기반 경제 생태계의 가능성을 확인한 많은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이 시장의 굳건함을 확신했다. 필리핀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아카드 아레나의 마크 칸델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필리핀 대학가에서 e-스포츠 교육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며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게임을 통해 경제 활동이 가능하단 점을 모두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동남아의 게임 길드를 주축으로 한 커뮤니티도 여전히 활발하게 가동 중이다. 길드에 소속되면 다양한 게임 내 NFT를 빌려 게임을 해보고,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신규 플레이어는 NFT를 구매하지 않고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NFT를 보유하고 있지만 게임을 할 시간이 없는 사람도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보니 필리핀에 거점을 둔 게임길드 YGG는 YGG SEA를 만들고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로 발을 뻗었다. 타나 스릴라비빌라스(Thana Srilaveevilas) YGG SEA 태국 매니저는 “토큰 가격이 떨어져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길드에 많다”며 “내년에는 전세계 엑시인피니티 토너먼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를 취재하고 온 지 일주일도 안 돼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WEMIX)가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위메이드가 국내 P2E 게임 선봉장 역할을 했던 만큼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국내 P2E 게임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P2E 게임 산업은 구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위메이드 사태의 본질은 암호화폐 발행 기업의 방만 경영”이라며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다른 회사와 위메이드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위메이드 사태가 P2E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맞지만, 이미 P2E는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게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토끼굴에 빠진 사람들이 웹3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는 무관하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서비스 참여자에게 보상이 제공되는 패러다임 전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NFT로 발행된 게임 아이템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거래하는 세상이 열렸다. 게임으로도 경제 활동이 가능하단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다시 과거로 역행할 가능성은 낮다. 토끼굴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다.

사건 하나 하나에 치중하면 큰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퍼즐 조각 하나만으론 이 조각이 어떤 그림의 일부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위믹스 사태가 P2E 업계의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아닌 발돋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