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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신년기획_4대 거래소 CEO 릴레이 인터뷰] 이석우 두나무 대표 "가상자산업권법 논의 '갈라파고스 신드롬' 피해야···속도보다 중요한 건 내용"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

"4대 거래소만 원화마켓 신고수리 안타까워"

"업권법안 내용 자본시장법 수준…시장질식 우려,

'선(先)자율규제 후(後)업권법 제정' 대안 제시"

"트래블룰 베리파이바스프-코드 연동 준비 중,

"케이뱅크 외에 실명 계좌 제휴 생각 없어"

"2022년 NFT·메타버스 성과 거둘 수 있길"


지난 2021년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의미있는 한 해였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떠났던 투자자들을 암호화폐 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암호화폐의 하루 거래액이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액을 뛰어 넘는 기현상을 빚어내기도 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계기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고,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그래서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특히 국내 원화 마켓 거래 시장이 특금법의 신고 수리를 마친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로 재편되면서 각 사업자들 간의 선의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디센터는 이들 거래소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현재 가상자산업계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새해 경영 전략을 들어 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4대 거래소 CEO 릴레이 인터뷰 순서

①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대표



② 허백영 빗썸 대표

③ 차명훈 코인원 대표

④ 오세진 코빗 대표

/오승현 기자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은 유동성의 힘을 톡톡히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가 푼 막대한 돈은 자산시장을 끌어 올렸고, 암호화폐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업비트는 국내에서 ‘암호화폐 열풍’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가상자산사업자다. 낮은 거래 수수료와 편리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등을 무기로 신규 투자자를 무섭게 빨아 들였다. 지난해 9월 업비트가 집계한 회원 수는 890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거래량도 크게 늘어, 지난해 중순 이후 업비트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 점유율은 70~8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빗썸과 시장을 양분했지만, 현재는 2위 사업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업체로 올라섰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두나무 본사에서 진행된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니 ‘감사’와 ‘준비’라는 두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몸을 낮췄다. 이 대표는 “업비트가 2021년 이룬 성과에 대해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의 합작법인을 통한 미국 진출 등을 준비하다보니 한 해가 훌쩍 지나버렸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업비트의 새로운 먹거리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며 1위 수성을 위한 업비트만의 전략도 공개했다. /대담=서민우 디센터 편집장 ingaghi@decenter.kr, 정리=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다른 거래소들도 원화 마켓 신고수리 받을 수 있었으면”


/오승현 기자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뜨거운 화두는 단연 ‘특금법’이었다. 특금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25일부터 시행되면서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했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 계좌 발급과 같은 까다로운 신고 기준 탓에 업계는 허둥지둥했다. 하지만 업비트는 가장 먼저 신고 서류를 접수하고, ‘1호 가상자산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금법 시행 이후 4달이 지난 현재 원화 마켓 신고 수리를 끝내고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거래소는 4곳 뿐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 이미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대형 거래소들에게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숙제를 풀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거래소들이 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길 바랐다. 그는 “특금법 신고수리 첫 시행이기에 안타깝게도 기존에 실명계좌가 가능한 4개 업체만 됐다”면서 “시간이 흐를 수록 다른 거래소들도 당국의 신고 수리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며 “다양한 플레이어가 들어와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건전한 경쟁을 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업권법안 내용들 자본시장법 수준…시장 질식하게 될 것”


/오승현기자


업비트는 업계 선두주자로서 당국의 규제 방향과 내용에 대해 항상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대표가 바라보는 국내 암호화폐 규제 환경은 어떨까. 이 대표는 “우리는 이전부터 '항상 규제를 제발 해달라'고 요구하는 입장이었다”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이 ‘서부 개척시대’처럼 무법 지대로 방치되면서 옥석이 가려지지 않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규제의 방향이나 내용은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며 본인만의 소신을 밝혔다. 그런 면에서 현재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있는 가상자산업권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회의 입법 권한은 존중하지만, 현재 발의된 법안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규제 강도가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너무 세고 경직돼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에 이런 규제가 가해진다면 시장은 질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암호화폐 산업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시시각각 바뀌는데 현재 발의된 가상자산업권 법안들은 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라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이더리움(ETH)과 이오스(EOS)와 같은 플랫폼 코인들을 증권으로 규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의 특성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에만 치중해 업권법을 만들면 우리나라 기업들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구분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블록체인이 파괴적이고 세계적인 기술이 될 수 있었던 건 블록으로 연결된 보안성과 코인이라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같이 돌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여기서 코인을 빼면 과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기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先) ‘자율규제’ 후(後) ‘업권법’ 해도 늦지 않아”


이 대표는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을 서두르기보다 업계가 ‘자율규제’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 규제와 업권법이 연착륙하는데 자율규제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협회가 있지만 금융당국 허가를 받지 못했고 다른 협회들은 과기정통부 산하라 블록체인 기술만 얘기하고 코인 얘기가 나오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코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생겨 업계 의견이 반영된 현실적인 안들이 나와 평가를 거치고 그때 와서 업권법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다른 거래소들과 자율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군가 할텐데 그렇게 되느니 스스로 규제안을 만들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원화 마켓뿐 아니라 코인 마켓까지 해서 자율규제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리파이바스프-코드 연동 당연히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오는 3월 트래블룰(자금이동추적) 시행을 앞두고 업비트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자사 트래블룰 솔루션으로 선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간 자산이 이동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도록 하는 트래블룰은 업체 간 정보 공유가 핵심이기에 참여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스레 업비트를 제외한 3대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이 개발하는 트래블룰 솔루션 코드(CODE)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해 12월엔 차명훈 코인원 대표와 박재현 람다256 대표가 각자의 페이스북에 상대 솔루션의 문제점을 공개 저격하면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경쟁 구도에 대해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는 당연히 연동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업비트가 쓰기로 한 베리파이바스프는 해외를 포함해 20군데 거래소에서 이미 쓰고 있는 시스템으로, 3월까지 준비를 마칠 것”이라며 “다른 거래소들은 코드를 적용하니 당연히 연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장애 몇 번으로 실명계좌 파트너 바꾸지 않아”


/오승현기자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윈-윈 관계를 맺고 있다. 2020년 6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하기 전까지 2년 반 동안 신규 계좌를 받지 못했던 업비트는 케이뱅크와의 계약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케이뱅크의 경우 실적 개선이 더욱 극적이다. 업비트와 실명계좌를 맺은 직후부터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 전년보다 3배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 들어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난 업비트 트래픽으로 인해 두 기업의 공생 관계가 덜컹거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케이뱅크 서버가 업비트의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원화 입출금 장애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두나무가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1%를 획득, 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우리은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업계의 이같은 관측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직 실명계좌 제휴를 위해 케이뱅크 외에 고려하고 있는 은행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는 매우 고마운 비즈니스 파트너다. 케이뱅크가 실명계좌를 발급해줬기 때문에 그나마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장애가 몇 번 났다고 파트너를 바꾸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NFT·메타버스 등 새로운 도전들이 의미 있는 성과 거둘 수 있길”


/오승현 기자


업비트는 올해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정비를 마쳤다. 새해를 맞은 업비트가 새로운 먹거리로 택한 것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메타버스다. 지난해 하반기 NFT 마켓플레이스 ‘업비트 NFT’와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을 연달아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NFT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그는 NFT에 대해 “블록체인을 실생활과 밀접하게 쓸 수 있는 유즈 케이스가 드디어 나온 것 같다”며 “NFT 시장은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확신할 순 없지만 거꾸로 되돌려 없어질 것 같진 않다. STO, ICO, 디파이 등 이전에 화두가 됐던 트렌드보다 더 오래 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가 직접 NFT와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사업 진행이 마냥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하이브와 NFT 사업을 위해 미국 합작 법인을 만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역풍이 불기도 했다. BTS의 팬덤 ‘아미’가 암호화폐 채굴에 따른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NFT 사업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부정적 반응이 나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NFT 기반이 되는 루니버스 블록체인은 저전력, 친환경을 지향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업을 오픈하고 상품을 보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자심감을 드러냈다.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 개발도 적극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일단 2D 도트 방식으로 라이트하게 서비스를 냈지만 유저 반응을 보고 진화시키려는 상태”라며 “메타버스는 NFT를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업비트의 2022년 목표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예상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 해 일어난 일들도 이맘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며 “NFT 마켓과 세컨블록, 하이브와 미국 진출 등 새로운 도전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한 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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