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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하루 100만원 어치만 사세요" 고객의 선택권 제한하는 은행의 '한도계좌'

한도 계좌 해제 번거로운 탓에

거래소 자유로운 이동 사실상 힘들어

특금법 시행, 과세 방침 등 제도권 진입에도

암호화폐 거래 목적 정상계좌 개설 불가 모순

/출처=셔터스톡


#최근 직장인 김모씨는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빗썸' 계좌에 자금을 옮기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빗썸 이용을 위해 제휴은행인 NH농협에서 계좌까지 새로 개설했지만 해당 계좌로는 하루 100만 원씩만 이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조언을 구한 김씨는 "한도를 풀려면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는 댓글을 보고 빗썸 이용을 포기했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이미 제휴를 맺은 은행인데도 한도를 풀어주지 않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며 김씨에 공감하는 댓글을 남겼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도제한 계좌'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가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한도 계좌 해제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유롭게 거래소를 선택하거나 옮기기 힘든 실정이다.일각에선 특금법 시행 이후 암호화폐 거래가 제도권에 편입됐는데도 이를 금융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케이뱅크(업비트), 신한은행(코빗),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등의 시중은행들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이들 은행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을 위한 신규 계좌를 만들면 모두 한도 계좌로 개설돼 하루 이체 한도가 100만 원으로 제한된다. 한도 계좌는 자금세탁,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등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15년에 도입된 제도다. 정상 계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영업점 창구에 방문해 계좌 개설 목적을 소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가 한도 계좌 해제를 위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시중은행은 암호화폐 거래를 금융 거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도 계좌를 해제하려면 ▲급여 통장 설정 ▲생활비 운영 ▲신용카드 발급 ▲자동이체 설정 등의 증빙이 필요하다. 실제 개설 목적인 암호화폐 거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우회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4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은 업비트의 사정만큼은 다르다.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 인증 절차만으로도 간단하게 한도 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관리비, 공과금 고지서 등을 촬영해 업로드하는 식으로 손쉽게 한도 계좌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제출된 서류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다면 몇 시간 만에 정상 계좌로 전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선택할 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번거로운 과정 없이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려면 업비트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업비트에서 사들인 암호화폐를 빗썸 등 다른 거래소로 전송한 뒤 이를 다시 원화로 바꾸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금융거래 목적 확인 제도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혹시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 한도 제한 기준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가 이제 막 제도권에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개선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당국의 요구대로 가상자산 산업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암호화폐 거래를 금융 거래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금법 시행에 맞춰 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고 실명 계좌 확보까지 마쳤다. 내년 1월부터는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제도권 궤도에 진입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암호화폐 거래 목적으로는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2,3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의 입출금 제한으로 인해 '업비트 독주 체제'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한도 계좌 해제의 문턱이 낮은 업비트를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 2위였던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은 뒤 손쉬운 계좌 개설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국내 1위 거래소로 등극했다.
홍유진 기자
rouge@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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