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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더리움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본 이더리움

/출처=셔터스톡


디파이(DeFi)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을 비롯한 모든 블록체인에서 확장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수없이 이야기돼 왔다. 이에 자칫 매우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확장성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부하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더리움의 발전 과정과 확장성 문제에 대해 이상한 상자를 사용하고 있는 '앨리스의 나라' 사례로 알아보자.



앨리스의 나라는 상업이 아주 발달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사람들간의 복잡한 거래 기록(트랜잭션)을 이상한 상자(블록)에 하나하나 보관해 기록하는 '이상한 나라'이죠.

이상한 나라에는 이러한 상자를 만드는 이상한 공장(이더리움)과 여러 장인(채굴자)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장인들이 열심히 상자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너무 활발해져 사람들의 모든 거래들을 기록하고 보관하기에는 상자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확장성 문제)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자 일부 사람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로 새로운 공장(새로운 블록체인)을 세워 더 큰 모양의 상자를 제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공장도 상자를 천천히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사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를 다루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고 안전하게 상자를 생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상한 공장에서는 상자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원칙(합의 알고리즘)을 정했습니다.

첫째, 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한 공구(마이닝 장비)를 이용해 제대로 제작해야 한다.

둘째, 상자를 제작하고 상자의 품질을 검수하는 과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상자가 불량이라면 누구나 이를 폐기할 수 있다.

셋째, 상자를 가장 먼저 제작한 장인에게 보상이 주어지고, 해당 상자는 늦게 생산된 다른 동일한 상자에 비해 우선한다. (Longest Chain Rule)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이상한 공장은 상자를 빠르게 그리고 더 크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무엇보다 ‘누구나 상자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규칙을 지키며’ 안전하고 꾸준하게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공장들은 이상한 공장에 비해 다양한 장점들을 내세워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상자를 생산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처리하기에 매우 효율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된 상자에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예컨대, 상자를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소수의 관계자만이 독점할 수 있게 방조하거나(탈중앙성 문제) 상자의 품질이 제대로 검수될 수 없는 환경(안전성 문제)을 조성했습니다. 물론 모든 새로운 공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내세운 공장들도 있었죠. 단, 지금 당장 상자가 부족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자신 있게 홍보한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뿐 만 아니라 새로운 공장의 상자는 이상한 공장의 상자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앨리스의 나라에서는 이미 수많은 경제활동이 이상한 공장의 상자를 기준으로 처리되고 있었고, 호환이 되지 않으니 새로운 공장의 상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죠.

사실 이상한 공장의 문제는 공장의 창업주들(이더리움 커뮤니티) 또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공장의 창업주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어느 날 이상한 공장의 창업주들은 오직 값비싼 공구를 가진 사람들만 상자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공장의 주식을 발행해 주식을 보증금(이더리움 예치)으로 예치한 사람이면 누구나 상자를 생산하고 검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이더리움 2.0)을 공개했습니다.

이때까지의 누구나 이상한 공장의 상자를 제작할 수 있었지만, 더 효율적이고, 값비싼 공구를 가진 장인들이 유리한 입지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더 비싸고 거대한 공구를 갖기 위한 경쟁이 심화됐고, 급기야 공구 대란이 일어났었죠. 또한, 공구가 비대해지는 만큼 상자의 제작과정 또한 날로 복잡해져만 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죠.

"공장의 수를 하나에서 수십, 수백 개로 늘려 상자를 생산하고, 이를 하나의 메인 공장에 모아 압축하자. 또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자는 서로 호환 가능해야 한다."

공장 창업주의 주장에 대해 일부 사람들, 특히 비싼 공구를 보유하고 있던 장인들은 당연히 이를 반대했습니다. 개선안이 실현될 경우 이들의 장비는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은 이 개선안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당면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곧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은 이 개선안을 바탕으로 이상한 공장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첫 단추인 상자를 제작하는 권한과 과정의 일부를 변경(이더리움 2.0 단계 '0')하는 데 성공했죠. 즉, 값비싼 공구를 보유하지 않아도, 공장의 주식을 조금만 예치하면 누구나 상자를 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상자를 생산하는 권한과 방식에만 변경이 있었을 뿐 가장 중요한 상자 생산 공장의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즉, 상자를 생산하는 공장은 여전히 단 하나이기 때문에 상자의 크기나 생산 속도 등은 개선이 되지 않았죠. 상자 공장을 수백 개로 확대하는 과정(이더리움 2.0 Phase 단계 '1-2')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는 최소 수년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이상한 나라의 시민들은 그동안 불편을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다음 편에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기고자 소개

블록체인 R&D 스타트업 ‘온더’는 2017년부터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을 주력 연구·개발하고 있다. 온더는 탈중앙화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더리움의 확장성과 탈중앙성, UX/DX가 향상된 플라즈마를 시작으로 온디맨드 레이어2 플랫폼 ‘토카막 네트워크’라는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온더 리서치
노윤주 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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