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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소통 경로'인가 '통보 수단'인가


암호화폐공개(ICO)로 수억 원을 끌어모은 프로젝트는 투자자에게 어떻게 사업 진행상황을 공유할까. 미디엄(Medium) 등 공식 블로그에 기간별 보고서를 올린다면 모범적인 프로젝트다. 수백 명 투자자를 지닌 프로젝트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또는 텔레그램 채팅방으로만 중요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큰돈이 오고 감에도 불구, 암호화폐 시장에서 프로젝트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은 심각한 상황이다.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들이 등장한 배경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출발선을 끊자 일반기업이 따라왔다. 지난 4월 거래소 업비트는 암호화폐 공시 제도를 도입했다. 상장된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지분 또는 암호화폐 자산 변동, 핵심 인력 변동 사항, 중요한 사업성과 등을 공시하는 게 골자다. 이후 5월엔 크로스앵글이 암호화폐 정보 공시 플랫폼 ‘쟁글’을 출범했다. 빗썸, 코빗, 고팍스, 씨피닥스(CPDAX) 등 대형 거래소들이 쟁글을 이용하기로 했다.

규제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민간 주도의 움직임이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는 지난 5월 쟁글을 소개하는 행사에서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없을 때 민간 주도로 공시제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도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지만, 김 대표의 말대로 거래소 공시제도나 공시 플랫폼은 암호화폐 시장이 조금이라도 투명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문제는 민간 주도로 시작한 공시 시스템이 주식 시장처럼 법제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투자에 국경이 없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된 프로젝트만 봐도 국내 프로젝트보다 해외 프로젝트가 훨씬 많다. 그러나 국가마다 법률이 다른 탓에 해외 프로젝트에 공시를 강제하는 입법안은 나올 수 없다. 국가 주도 공시 플랫폼이 등장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존재한다.

정보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공시는 ‘소통’이 아닌 ‘통보’에 그치게 된다. 암호화폐 자산의 이동 경로 등 블록체인 상에서 알 수 있는 온체인(On-chain) 정보의 경우, 프로젝트 팀이 공개하지 않아도 공시 플랫폼 측에서 알아낼 수 있다. 반면 개발 진행상황, 파트너십 등 투자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오프체인(Off-Chain) 정보는 프로젝트 팀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프로젝트 팀이 알리는 정보만 공시한다면 그들이 블로그에 공개하는 보고서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통보가 아닌 공시다운 공시를 만들기 위해선 공시 플랫폼과 프로젝트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 공시 플랫폼들이 등장한 지 세 달 여가 흐른 지금,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프로젝트들과의 소통 부재를 공시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해외 프로젝트의 국내 공시를 돕는 한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에 악재까지 공개하라고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호재만 공시한다”며 “호재가 있으면 국내 미디어에 기사를 내고 거래소 공시 플랫폼에 올리는 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공시 플랫폼들이 주기적으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할 의무도 없다. 업비트가 머큐리(MER) 토큰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사례처럼 투자자와의 의사소통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아야 유의 경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관한 정보를 일일이 알아내고 또 공개하기는 힘들다. 결국 프로젝트 팀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게 된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게 낫다. 따라서 공시 시도 자체는 유의미하지만,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에 본질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프로젝트와 투자자 간 소통을 위해 등장했지만, 여전히 호재 알림 채널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 정보 공개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민간 주도 공시 플랫폼들이 큰 실효성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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