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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업비트는 금융회사인가 동네슈퍼인가?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 현금영수증 발급이라... 소득공제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런 카드까지 내미는 것을 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지난 15일 ‘거래 수수료에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겠다고 하자, 관련 규정을 살펴본 변호사가 한 말이다. 현금영수증은 세원(稅源) 발굴을 위한 제도다. 거래 내역을 알 수 있는 금융상품, 주식 매매 수수료에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된다.

업비트는 무슨 생각으로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겠다고 한 걸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관계자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라고만 답했다. 고객이 현금영수증을 신청하면 거래 내역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신청을 하고 익명성을 유지하려면 신청 자체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업비트의 설명대로 ‘고객의 선택’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했다고 치자. 국세청은 세원을 알려줘서 업비트에게 고맙다고 할까. 정부와 과세 당국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 심지어 암호화폐 거래소(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분야)는 벤처기업 업종에서도 제외됐다. 일반 유흥 주점업, 무도 유흥주점업, 기타 주점업, 기타 사행시설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 등 5개 업종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첫째, 업비트가 당국(국세청)에게 현금영수증을 빌미로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의 확인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만약 국세청이 업비트가 발급한 현금영수증을 인정하면 ‘밑져야 본전’이다. 어차피 암호화폐는 금융 상품에 준하는 대우를 못 받는 것이니, 고객들에게 세금 환급 기회나 주자는 것. 만약 국세청이 현금영수증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럼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의 성격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남게 된다. “현금영수증 대상이 아닌 금융상품이나 주식과 동격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부상한다. 업비트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고, 국세청은 고민할 일이 하나 늘었다.

둘째, 업비트가 감히 국세청을 압박하는 고단수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끊어주는 현금영수증으로 고객들에게 생색이나 내자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입만 열면 “금융기관에 준하는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현금영수증 발급은 자기 정체성 부정이다. 금융 거래 수수료는 현금영수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비트 스스로 “금융에 준하는 서비스”라는 지향점을 포기한 것인가. 더구나 이것이 정말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지도 모르겠다. 암호화폐 매매 규모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현금영수증을 고객들이 기분 좋게 발급받으려 할까.

불현듯 유행어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이런 현금영수증은 없었다. 이곳은 금융회사인가, 동네슈퍼인가?”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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