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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탈중앙, 블록체인 '이념'에서 '문화'로

이념의 상품화가 비즈니스

'탈중앙'에 '상업적 니즈' 씌워야

삶에 영향 주는 문화로서의 탈중앙 상품

디센터 "블록체인 문화운동" 제안

1년 전 오늘. ‘탈중앙화 시대를 여는 뉴스허브’를 모토로 디센터가 출범했다. 신임 편집장으로 두달째. 그동안 밖에서 디센터 기사를 볼 때와 디센터 안에서 뉴스를 만들면서 몇 가지 차이를 느꼈다.

첫째, 사람의 향기다. 취재원들이 PoW, ICO, STO 정도 얘기할 때는 일반 명사다. BCP, RSK, Zero-knowledge Proof에 와서는 잠깐 머뭇거려야 했다. 블록체인 업계가 Plasma라는 용어를 쓰면서 물리학 교과서의 ‘플라즈마’를 왜 가져 왔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이런 생소한 언어를 쓰는 괴짜(?)를 현장 기자들은 어떻게 취재할까 생각했었다. 직접 인터뷰를 해보니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있는 평범한 청년들이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다. 블록체인에도 사람 체취는 묻어 있다.

둘째, 돈의 무게다. ‘오리지널 블록체인 가이’는 흔치 않다. 다른 직장에서 옮겨온 선수들이 대부분. 머리 좋고, 용감하고, 또 잘생겼다. 왜 왔냐고 물었다. 기술 자체가 흥미로와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큰 돈을 벌 것 같아서.

블록체인 기업, 암호화폐 거래소가 몰려 있는 강남 테헤란로. 칼바람이 차다. 돈의 흐름이 정체됐을 때, 이 선남선녀들을 이 거리에서 계속 볼 수 있을까. 우수해서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았기에 우수한 거다. 돈도 그들 몫이리라.

셋째, 문화와 철학의 빈곤. 만나는 사람들마다 존버, 생존을 외친다. 어떻게? 이 때 철학이 필요하다. 탈중앙. 블록체인 암호화폐 최초의 백서, 사토시 나가모토의 비트코인 백서에는 ‘decentralization’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탈중앙은 이 바닥의 기본 철학이다.

돈이 떨어지면서, 탈중앙을 놓고 해석이 다른 두 파가 생겼다.

우선 탈중앙 근본주의자다. 탈중앙 탈레반이라고 부르겠다. 이들은 사토시 백서를 글자 그대로 읽는다(“without going through a financial institution”, “financial institutions cannot avoid mediating disputes”). 개인간 금융 거래에 금융회사의 중개가 불필요하다는 선언, 중앙 감독자에 대한 거부다.(역사는 역설이다. 사토시는 현재의 중앙화된, 어쩌면 권력화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예상이나 했을까. 지난 3일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채굴 10주년을 맞아 키(key) 증명 이벤트가 일어난 사실을 상기하자. 탈중앙 탈레반 입장에서 중앙화된 거래소는 ‘블록체인의 적’일 수도 있다.)

탈중앙은 이들에게 존재 이유다. 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어려울 때 일수록 이 가치를 지켜내는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탈중앙은 이데올로기다. 빵과 바꿀 수는 없다. 굶는 한이 있더라도...

탈중앙 세속주의자들은 다르다. 탈중앙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실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중이 알 수 없는, 대중이 볼 수 없는 탈중앙이 무슨 소용인가. 비트코인으로 상업용 결제가 가능한가?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를 보라. 이들의 성공(생존)은 인터넷 세계 ‘중앙화의 결과’다. 혁신적 아이디어, 혁명적 이념 그 자체는 돈이 되지 않는다. 이념의 상품화가 비즈니스다. 이념은 팔 수 없지만, 상품화된 이념은 팔린다.

탈중앙 이념에 상업적 니즈를 씌운 상품. 어떻게 만들 것인가.

블록체인 업계가 팔아야할 이념이 탈중앙인 것은 분명하다. 이 점에서 탈중앙 탈레반이 옳다. 중앙화된 인터넷 공룡들의 기존 서비스,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껍데기만 바꿔 봐야 팔리지 않는다. 세련된 포장, 알찬 내용. 세속주의자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디센터는 ‘문화적 상상력’, 인문학적 문화 운동을 제안한다. 대중은 이 서비스에 어떤 혁신 기술이 사용됐는지 모른다. 생활 속에 스며드는 문화 현상으로서의 블록체인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로서의 탈중앙 상품은 사람-참여-보상이라는 사슬 위에 존재해야 마땅하다.

사람 : 자주적 판단과 행동(중개인, 감독자 제한)

참여 : 상업적 니즈(송금, 게임, 콘텐츠 소비 등)

보상 : 네트워크에 대한 기여 반영(암호화폐)



기술이 탈중앙의 이념과 가치를 생활 속에 구현하는 모든 행위를 ‘블록체인 문화 운동’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블록체인을 어려운 영어 약자 속에 숨기지 말자. 대중들이 말랑말랑하게 입 속에 넣고 녹여 먹는 캔디를 만들자.

여기서 퀴즈 하나. 탈중앙 체험 이벤트 아이디어 공모라고 해도 좋다.

시가 10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탈중앙의 방법’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은? 도난 보험에 가입하고, 금고 속에 숨긴다. 기존 중앙화 방식이다. 중앙 보관소에 숨기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드러낸다면?

독자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기다린다. 디센터는 독자-참여-보상의 체인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James Jung 기자 jms@decenter.kr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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