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선 지 6개월이 되어 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조선 말 쇄국정책과 같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주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더디다.
일본·홍콩·싱가포르는 이미 규제를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은 국회의원 발의안이 나와 있지만 정부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대한민국에 필요할까? 한국은 이미 금융 선진국인 데다가 외환법이 엄격하고 글로벌 수요도 낮은데 굳이 추진할 이유가 있냐는 의문이다. 일리는 있지만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다.
인프라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금융 활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 등 다양한 공공기관들이 관리하는 지급결제 인프라 덕분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40~50년 전에 만들어졌다. 네이버 등 핀테크 기업들이 복잡한 인프라를 추상화한 덕분에 효율적으로 느껴질 뿐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낡았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DTCC, 나스닥, 블랙록, 비자 등이 낙후된 결제 인프라를 블록체인으로 보완하거나 전환하려는 이유다.
블록체인은 신뢰와 접근성을 높여 기존 금융 인프라의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금융 인프라의 발전 역사 측면에서 기존 인프라가 점점 블록체인으로 대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블록체인 위의 ‘돈’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유난히 스테이블코인을 목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만약 한국이 지금과 같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관리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경우 블록체인 산업 내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렇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일곱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올바른 규제 환경이다. 한국은 규제가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항상 제동이 걸린다. 미국의 경우 SEC, CFTC 의장, 상·하원 의원 등 정책 입안자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규제를 만든다. 한국 또한 블록체인을 단순 정치 키워드로 인식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접근해 합리적 규제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담보 자산의 구성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을 확대하려면 발행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인센티브가 담보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인데 일본과 유럽처럼 담보 자산을 예금(100% 지급준비율) 중심으로 하면 성장 속도가 더딜 수 있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려면 미국, 홍콩, 싱가포르처럼 담보로 단기채, 레포와 같은 고 유동성 금융상품을 허용하여 수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거래소 도입을 통한 초기 발행량 성장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규모의 경제 싸움이다. 이에 거래소 도입만큼 초기 발행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테더(USDT)와 서클의 USDC 또한 초기에 각각 비트파이넥스 및 코인베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네 번째는 퍼블릭 네트워크에 발행한다면 이더리움은 필수다. 이더리움은 타 네트워크에 비해 유동성, 보안성, 시스템 안정성, 탈중앙성 등 모든 방면에서 우월하다. 안전하게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더리움을 주 발행 네트워크로 두고, 그 외의 다른 네트워크들은 발행사의 전략 방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법안 상 프라이빗 네트워크에서만 강제될 경우 하나의 한국형 블록체인을 구축해 여기에 발행해야 한다. 유동성 파편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프라이빗 네트워크만 존재하는 것이 유일한 성공방정식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스테이블코인 마다 여러 개의 프라이빗 네트워크가 우후죽순 생기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새로운 활용처에서의 이용을 장려해야 한다. 마이크로 페이먼트, AI 에이전트 결제 시장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없이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두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거대한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일곱 번째는 스테이블코인 클리어링 하우스를 구축해야 한다. 법제화가 완료되면 수많은 종류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우후죽순 쏟아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유동성 파편화를 해결하려면 서로 다른 원화 스테이블코인 간 1대 1 교환을 보장해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이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필자는 민간 기업보다는 공공기관 혹은 여러 시중은행의 자회사가 담당하는 것이 규모의 경제와 공정성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본다.
인류는 ‘금융 인프라 대전환’이라는 중요한 과도기에 이제 막 진입했다. 한국은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합리적 규제와 명확한 활용처가 마련된다면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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