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글로벌 금융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플랫폼이 전통 금융의 견고한 장벽을 빠르게 허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 거래량 2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비트는 19일(현지 시간) ‘골드 앤드 에프엑스(Gold & FX)’ 플랫폼에 미국 주식 78종에 대한 거래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애플과 테슬라·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를 포함해 글로벌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모든 거래는 법정화폐가 아닌 USDT로만 체결된다. 사용자는 별도 증권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가상자산부터 주식까지 다양한 자산을 한 플랫폼 안에서 운용할 수 있다. 바이비트는 주식 외에도 금과 유가, 외환(FX) 등 전통 자산군 거래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중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미국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이비트가 처음이다. 크라켄이나 크립토닷컴 등도 최근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기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 달러 정산 방식을 따른다. 반면 바이비트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전통 자산에 투자하는 가상자산 기반 금융 플랫폼 모델을 구현한 첫 사례다.
거래방식은 차액결제거래(CFD) 형태다. CFD는 주식 같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수익과 손실은 가격 차이에 따라 USDT로 자동 반영된다. 배당 기준일이 있는 종목은 배당 조정금이 계좌에 입금되거나 차감된다. 실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아도 배당을 받는 것과 유사한 절차가 적용된다.
이번 서비스는 전통 금융의 판을 흔드는 게임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는 주식 플랫폼과 가상자산 플랫폼을 따로 오갈 필요 없이 USDT 하나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며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비트는 “가상자산의 유연성과 월스트리트의 전통이 만나는 금융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이 같은 서비스 구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를 제공하는 해외 거래소와 달리 국내 주요 거래소 서비스는 가상자산 현물 거래에 한정돼 있다. 이 같은 제한은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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