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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연동 필수인데···트래블룰 솔루션 VV ‘배짱 영업’

거래소 간 정보 공유 시 비용 발생

기존 인증시스템 대비 10배 비싸

타 거래소 '코드'는 당분간 무료

법조계 '시장지배적남용행위 가능성'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 80%를 차지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VV)’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래블룰은 거래소 간 암호화폐를 옮길 때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국내 암호화폐 사용자 대부분이 이용하는 업비트와 정보를 주고받을 때 무조건 VV를 써야 하는데, 두나무가 이런 여건을 볼모 삼아 이용료를 비싸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베리파이바스프는 이번 달부터 VV 1분기 과금을 개시한다. 기본 요금은 2년 계약 시 월 1800달러, 1년 계약 시 월 2000달러로 알려졌다. 계약에 포함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사용·기술 지원 건수는 월 2000건으로, 초과 시 5만 건까지는 건당 0.4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5만 2000건 초과분은 0.3달러다. 과금은 분기마다 이뤄진다. 특히 API 사용·기술 지원 건수에는 시스템 및 접속 오류 등 VV의 합리적 통제를 벗어난 사건 또는 상황으로 인한 지연도 포함됐다. 고객이 잘못된 정보를 기입해 트랜잭션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금이 이뤄진다. 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인증 시스템 가격의 약 10배 수준”이라며 “고객이 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돼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패스(PASS) 등 본인인증 서비스는 인증이 한번 이뤄질 때마다 17원에서 최대 3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만약 트랜잭션 건당 가격을 매기는 것이라면 VV는 상당히 비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VV는 다른 가상자산사업자로 암호화폐 입출금이 이뤄질 때마다 건수를 산정하고 있다.



지난해 3월말 도입된 트래블룰로 거래소 등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모두 트래블룰 솔루션을 이용해야 한다. 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21년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이 합작법인을 세우고 트래블룰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업비트는 여기서 탈퇴해 독자 노선을 걸었다. 이후 업비트APAC과 람다256은 싱가포르에 베리파이바스프를 세우고 솔루션 VV를 내놨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국내에 코드(CODE)를 설립하고 솔루션 ‘코드’를 출시했다. 표면상으론 선택지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VV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비트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 VV를 쓰지 않으면 업비트로부터 암호화폐 입금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에 유동성이 몰려 있어 비용이 부담돼도 VV를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중소 거래소들은 트래블룰 솔루션 비용 부담을 일반 투자자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용이 과하게 책정되면 결국 그 부담이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VV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업비트로부터 입출금이 가능한 건 아니고 검토 이후에 입출금 연동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두나무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나무는 람다256의 지분 60.23%를 보유하고 있고, 람다256은 베리파이바스프의 지분을 갖고 있다. 람다256 관계자는 “베리파이바스프 보유 지분율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강민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세한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업비트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것 같고, 업비트와 암호화폐 입출금 거래를 하기 위해선 베리파이바스프를 써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용을 현저하게 높인다면 시장지배적남용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이어 “베리파이바스프 법인이 싱가포르에 있어도 주요 주주가 국내 회사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외국 회사라도 국내에서 이뤄진 행위는 조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준 법률사무소 곁 변호사도 “업비트가 압도적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장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한 지갑 서비스 관계자는 “산업이 성숙하지 않다 보니 (VV 가격이) 누군가에겐 비합리적 수준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초창기 코인베이스도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수수료를 1년에 2.5%를 매겼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에선 보통 커스터디 수수료로 0.05%를 받는데, 코인베이스는 50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다. 그는 “이후 다양한 경쟁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코인베이스 수수료도 어느 정도 조절이 됐다”면서 트래블룰 솔루션도 유사한 절차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람다256은 “베리파이바스프의 기술 및 서비스 운영을 지원하고 있을 뿐 계약·과금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베리파이바스프 본사 관계자는 “당사의 계약상 비밀 준수 때문에 가격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국제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했고, 지난 2021년 8월부터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최근 요금 청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일한 정보에 대해 여러 번 시도를 한 건 중복 계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분간 코드는 무료로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코드 관계자는 “가격 관련해 논의는 하고 있지만 확정된 건 없다”면서 “최대한 회원사에게 부담이 덜 되는 방향으로 가격을 책정하려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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