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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사태에 움츠러든 블록체인 게임···'지스타 2022' 아쉬운 존재감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진행되는 ‘지스타 2022’ 행사장 내부 모습/ 사진=디센터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에 블록체인 게임 산업에도 한파가 들이닥쳤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가 키워드로 떠오르며 관련 발표가 줄을 이은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올해 들어 넥슨과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굵직한 게임 업체가 잇따라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블록체인 업계의 기대가 모아졌던 것에 비해 아쉬운 존재감을 보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벡스코 1층 전시장 내부엔 총 2947개 부스가 마련됐다. 코로나19로 축소됐던 지난해 행사에 비해 두 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그러나 이번 행사 메인 스폰서를 맡은 위메이드를 제외하곤 전시장 내부에서 블록체인 게임 관련 부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 레드브릭과 이루고월드가 메타버스 관련 부스를 운영했지만 암호화폐·대체불가토큰(NFT) 관련 내용보다는 메타버스 3D 빌더와 VR 체험 기기 등 메타버스 콘텐츠에 초점을 맞췄다.

‘지스타 2022'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루고월드 부스/ 사진=디센터


FTX 파산과 위믹스(WEMIX) 유의종목 지정 등 대형 악재가 발생하며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이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조심스럽다는 설명이다. 이루고월드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관련 홍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5월에 미리 부스를 신청했기 때문에 부스 운영을 감행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FTX 사태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FTX 파산으로 암호화폐 회계 관리가 잘 된 기업과 아닌 기업이 구분되고 있다"며 “해일이 와도 잠수부는 멀쩡한 것처럼 회계 관리가 잘 된 회사는 멀쩡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게임사 부스에선 블록체인 사업 현황을 묻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선 블록체인 게임 관련 질문은 받지 않기로 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넥슨과 네오위즈도 행사 출품작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블록체인 업체로는 유일하게 전시 부스를 낸 아이오트러스트 관계자는 “올해 행사에선 블록체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직접 지갑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기 힘든 중소 게임사를 대상으로 지갑 솔루션 B2B 영업을 하기 위해 부스를 차렸지만 예상보다 관심도가 적다”고 행사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함께 진행된 G-CON 컨퍼런스 세션에서도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행사 메인 스폰서 위메이드의 플랫폼 전략 발표와 컨퍼런스 마지막 날 동남아시아 모바일 게임 업체 ‘아이캔디 인터렉티브’가 웹3.0 게임을 주제로 하는 발표가 전부다. 위메이드 외에 국내 업체의 발표는 전무하다.

‘지스타 2022'에서 운영되고 있는 위메이드 부스/ 사진=디센터


게임 업계 전반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위메이드의 행보가 돋보일 정도였다. 위메이드는 이번 행사에서 전시장 안팎에 대형 부스를 마련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홍보에 적극적으로 열을 올렸다.

다만 출시 예정작 시연 이벤트를 열며 북새통을 이뤘던 다른 대형 게임사 부스에 비해선 비교적 한적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에선 여전히 블록체인 게임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관심도가 낮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블록체인 유저와 게임 유저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며 “ 게임 이용자들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관련 게임을 출품한다고 해도 토큰 이코노미 등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며 “시연 시간을 고려하다보면 블록체인이 적용되지 않는 게임만 전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스타 행사에서의 실망스러운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에선 블록체인 게임이 일시적인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을 뿐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에 혹한기가 왔고 게임 업계 모두 인지하지만 블록체인 게임은 여전히 시장 잠재 가능성이 워낙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사업이 멈추진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소극적으로 유통량 공시와 같은 것만 잘 지킨다면 FTX 사태로 블록체인 게임에 산업에 문제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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