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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람다256이 포기한 비트베리, 몬스터큐브는 왜 인수했을까?

비트베리 인수로 디앱 '소다플레이' 서비스 확장 목표

소다플레이. 자체 지갑으로 서비스 확장 계획

소다플레이 가맹점 포인트, 암호화폐로 전환해 비트베리에 보관 유도

비트베리 B2C 수익모델도 살릴 계획…"장외거래 기능 확대"


지난 1월 말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 혼란을 준 사건이 있었죠.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가 경영난을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비트베리에 보관해뒀던 암호화폐를 급히 옮겨야 했습니다. 비트베리로 암호화폐를 지급하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대안을 찾아야 했고요. 한 기업의 서비스 종료로 업계가 떠들썩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장에서 사라질 줄 알았던 비트베리를 다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몬스터큐브’가 비트베리를 인수한 뒤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몬스터큐브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소다플레이’의 운영사이기도 합니다. 소다플레이 역시 비트베리를 사용하는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고요.

처음엔 비트베리도 서비스 종료만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습니다. 비트베리 운영사 루트원소프트는 서비스를 인수할 기업을 찾았고, 람다256이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된 것입니다. 람다256도 포기한 비트베리를 몬스터큐브는 왜 인수한 걸까요? 또 수익모델이 있었음에도 경영난에 처했던 비트베리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요?



비트베리, 왜 경영난에 처했을까
몬스터큐브의 비트베리 인수 배경과 향후 계획을 이해하려면 비트베리가 경영난에 처했던 이유부터 알아야 합니다. 비트베리는 대표적인 국내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입니다. 그동안 암호화폐 지갑들은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비트베리는 암호화폐 지갑의 사용자경험(UX)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비트베리는 카카오톡 아이디 로그인, 전화번호 송금 등을 도입함으로써 서비스 이용의 진입장벽을 낮췄습니다. 덕분에 17만 여명의 가입자를 모으기도 했고요. 비트베리 운영사 루트원소프트가 두나무의 자회사였던 만큼, 비트베리에게는 든든한 울타리도 있었습니다. 이런 비트베리마저 경영난에 처했으니, 업계 종사자들이 충격을 받을만했죠.

비트베리는 비즈니스 모델로 B2B(기업 대 기업) 모델과 B2C(기업 대 소비자) 모델 두 가지를 모두 채택했는데, 우선 B2C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이 적었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이 B2C로 수익을 내려면 송금 수수료를 받아야겠죠. 그런데 비트베리는 사용자로부터 송금 수수료를 적게 받았습니다. 비트베리는 사용자 간 송금에는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았고 업비트 등 외부 거래소로 송금할 때에만 소액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대신 비트베리의 주 수익원은 블록체인 기업들에게 지갑 API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B2B 사업이었습니다. 꽤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비트베리에 암호화폐를 지급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 수익모델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비트베리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 대부분이 지갑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사업에서 나왔는데, 사업 고객이 주로 영세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큰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영난에 처한 비트베리 운영사 루트원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비트베리 서비스를 인수해줄 기업을 찾았습니다. 처음 나선 건 역시 형제 기업이었습니다. 두나무의 또 다른 자회사인 람다256이 비트베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람다256과의 인수 협의는 무산됐고 비트베리는 서비스 종료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나무 관계자는 “람다256이 비트베리와 사업상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했으나, 요즘 암호화폐 지갑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고, 또 지갑 시장의 성장도 더딘 편이라 인수를 포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람다256도 비트베리로는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죠.

소다플레이 서비스 확장하고 비트베리 B2B 수익 내고…‘두 마리 토끼’ 공략하는 몬스터큐브
하는 수 없이 비트베리는 서비스 종료를 알리고 사용자들도 보관 중이던 자산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몬스터큐브가 두나무의 지분을 포함한 루트원소프트 지분 100%를 인수하고, 비트베리 서비스도 이어받겠다고 한 것입니다.

유재범 몬스터큐브 대표는 “자체 지갑이 없어 일부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다”며 “자체 지갑을 확보함으로써 소다플레이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비트베리를 인수했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습니다. 왜 자체 암호화폐 지갑이 필요했으며, 어떻게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것일까요?

아직 크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몬스터큐브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소다플레이’는 사실 1,800만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맛집 앱 ‘시럽테이블’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앱입니다. 소다플레이는 시럽테이블에 등록돼있는 맛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맹점을 확보하고, 사용자들은 이 가맹점들의 광고를 시청하면서 암호화폐 ‘소다포인트(SOP)’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맹점에 직접 찾아가 광고를 보고 소다포인트를 받는 ‘AR(증강현실) 채굴’도 가능합니다. 소다포인트는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소다코인(SOC)으로 전환해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습니다.

소다플레이는 소다포인트를 비트베리와 연동된 앱 내 지갑 소다월렛으로 지급해왔습니다. 소다월렛은 소다포인트 전용 지갑이며, 소다월렛이 비트베리 API를 쓴 걸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소다플레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소다포인트가 아닌 다른 암호화폐도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가맹점마다 제각기 다른 포인트를 암호화폐 형태로 바꿔서 소다플레이 지갑에 보관하게끔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소다플레이 앱 내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으로 가맹점을 확보했지만, 이제부터는 각 가맹점에 쌓인 고객 포인트를 암호화폐 형태로 보관해준다고 제안하면서 가맹점을 더 끌어모으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선 암호화폐 종류를 소다포인트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ERC-20 기반 암호화폐를 지원해야 합니다. 소다플레이는 소다포인트 전용지갑인 소다월렛이 아니라 ‘진짜’ 암호화폐 지갑이 필요했고, 마침 인수자를 찾는 비트베리는 최적의 목표물이 됐습니다.

유재범 대표는 “카페 한 곳을 가도 쿠폰에 도장을 찍어줄 정도로 각자의 포인트 제도를 가진 가맹점들이 많다”며 “이런 가맹점들의 포인트를 암호화폐로 전환해 비트베리에 보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가맹점 중에서는 영세하지 않은 곳들도 많다”며 “그런 곳들은 이용료를 낼 충분한 여력이 있기 때문에 비트베리의 B2B 사업이 더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몬스터큐브에 인수되기 전 비트베리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지만, 이를 일반 중소기업, 요식업체로 확대하면 충분한 B2B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소다플레이 서비스도 확장하고, 비트베리의 B2B 사업 모델을 통한 수익도 되찾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죠.

유재범 대표 “비트베리 B2C 모델도 다시 살려서 경영난 해결할 것”
유 대표는 B2C 수익모델도 다시 살려서 비트베리가 처했던 경영난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대표적인 암호화폐도 비트베리를 통해 장외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며 “장외거래를 활성화하고 이 과정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비트베리에는 원래 ‘안전거래’라는 장외거래 기능이 있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복잡한 지갑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비트베리에서 제공하는 링크를 통해 암호화폐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었죠. 하지만 안전거래는 대부분 비트베리로 지급되는 국내 프로젝트들의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때 많이 이용됐습니다. 비트코인 고래, 이더리움 고래가 비트베리 안전거래를 즐겨 쓰진 않았습니다.

유 대표는 이 장외거래 기능을 더 확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량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거래소 지갑으로 주고 받으면 주소를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며 “크립토펀드 같은 대형 투자자들도 비트베리 장외거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영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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