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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토큰전쟁]<상>거래소의 혁신인가, 시한폭탄인가···에프코인의 아슬한 실험

에프코인, 설립두달 만에 거래량 세계 1위 등극

바이낸스 등 전통 거래소 강자보다 거래량 8배 많아

거래하면 토큰 지급, 토큰 보유하면 배당→거래량 급속 확대

업계 "지속 불가능한 모델, 업계 발전 저해할 것" vs "새로운 실험"

지난 7일 암호화폐 거래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다소 생소한 거래소인 에프코인(Fcoin)이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순위 1위에 올랐다. 에프코인은 지난 5월 중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장지엔이 설립한 중국계 신생거래소다. 후오비나 오케이엑스, 바이낸스 등 전 세계 1, 2위를 다투는 쟁쟁한 대형 거래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의 이목은 단번에 에프코인으로 쏠렸다.

단순한 1위가 아니었다. 당시 에프코인은 4시간 거래량만 79억9,597만 달러(한화 약 8조 8,955억 원)를 기록하며 바이낸스(1조1,467억원), 오케이엑스(1조93억원)의 거래량을 8배 가량 차이로 압도했다. 2개월 차 신생거래소의 파란이었다. 중국계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에프코인의 부상을 두고 “앞으로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에프코인이 차용한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거래소 업계에서) 이제 다음 단계의 경쟁이 펼쳐지고, 초기 거래소 시장 형성 단계에서 그랬듯 다시 몇 군데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세계 거래소 시장의 새 국면을 예고했다.

에프코인이 세계 거래소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수수료 할인이나 거래 편의용 정도로 쓰던 거래소 자체 토큰의 발행 구조와 배당 방식을 뒤바꾸는 전략을 통해서다. 시장에서는 에프코인의 이같은 운용 모델을 두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새롭게 해석해 시장을 만들어간다는 시각과 함께 붕괴가 예고된 일종의 폰지 사기라는는 엇갈린 의견이 쏟아진다.



에프코인이 두 달여만에 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자체 발행 암호화폐인 ‘FT토큰(FTCoin·FT)’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통상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암호화폐를 에어드롭 해주기 위한 용도로 자체 플랫폼 토큰을 활용한다. 에어드롭은 마케팅이나 홍보, 배당 등의 목적으로 개발사나 재단이 특정 화폐 보유자 등에게 무료로 암호화폐를 나눠주는 이벤트다. 후오비의 경우 자체 토큰인 HT를 구입하게 되면 HT보유자에게 거래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후오비에 상장되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이벤트성으로 배분해준다. 바이낸스도 BNB라는 자체 토큰을 바이낸스에서 구입한 이용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할인해 준다. 기존 거래소 토큰은 거래소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고 이를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용도로 활용된 셈이다.

에프코인의 토큰 ‘FT’의 분배 구조. 이용자가 거래를 통해 FT가 발행되면 이 중 51%는 거래소 회원 등 커뮤니티에 가게 되며 23%는 자체 펀드로 돌아간다. 에프코인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에프코인은 창립당시 자체 플랫폼 토큰인 FT를 발행하면서 고객 락인 용도를 넘어 아예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토큰 채굴에 나서고, 이를 통해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토큰의 발행 총량을 정해두고, 나름의 발행(채굴) 방식을 갖추고 있으며 발행 토큰의 분배 구조도 갖췄다. 그리고 이같은 내용을 담아 FT 백서도 소개했다. 절차가 다를 뿐 사실상 거래소 모델로 유사 ICO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선 에프코인 회원들은 거래소 내에서 암호화폐를 매매할 경우 지불하는 수수료 전부 또는 절반을 FT로 돌려받게 된다. 암호화폐를 매매하면 FT가 발행되는 구조다. 더 많이 매매할 수록 더 많은 FT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같은 구조는 거래를 통해 토큰을 채굴한다는 의미로 ‘트레이딩 마이닝(Trading Mining)’으로 불린다. FT는 이같은 방식으로 총 100억개가 발행되며 이중 51%인 약 51억개가 매매 수수료 환급이라는 명분으로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분배된다. 나머지 49% 중 23%는 에프코인펀드에, 12%는 에프코인 거래소 팀에, 9%는 에프코인의 파트너에, 5%는 프라이빗세일을 통해 배분된다. 다만 채굴이 종료되는 경우 수수료에 비례한 에프티토큰의 분배는 종료된다.

일단 FT가 분배돼 보유자가 되면 그 다음에는 배당이 시작된다. 에프코인은 FT를 보유한 이용자에게 거래소가 얻은 수수료 수입의 80%을 에프코인 보유량에 따라 나누어준다. 이때 수수료 수익 배당은 법정화폐나 FT를 나눠주는 방식이 아닌 거래한 암호화폐로 나눠준다. 예를 들어 에프코인 거래소에서 이용자들이 이더를 매매하면서 지불한 수수료가 이더 100개라면 이 중 80개를 에프티코인 보유자들에게 돌려준다. 결국 에프코인의 이용자들은 거래를 하게 되면 수수료만큼의 에프코인을 얻게 되고, 보유량에 비례해 에프코인 거래소이 올리는 수수료 수익 또한 얻게 되는 구조다. 더 많은 거래를 할 수록 더 많은 FT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배당 수익을 받을 기회를 얻는 만큼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거래에 나서게 된다. 에프코인의 이 전략은 지금까지는 먹혀들었다. 지난 7일 바이낸스의 거래량을 8배 차이로 압도하며 1위에 오른 것이 결과다.

다만 사업 모델의 특성상 이 같은 에프코인의 거래량이 부풀려졌다는 의심이 뒤따르고 있다. 이른바 ‘펌핑’이라는 관측이다.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카이버네트워크의 김흥범 매니저는 “대부분 마켓메이커들이 수수료 혜택을 보며 자전거래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거래볼륨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정우현 이더리움밋업 창설자는 “정상적인 거래에 기반한 수수료 수익 분배가 아닌, 코인 펌핑을 위한 비정상거래가 중심이기 때문에 펌핑이 끝나는 시점에 거래량은 급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몇몇 코인으로 (거래를) 돌리다가 결국은 펌핑을 이어갈 동력 잃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에프코인의 사업모델 자체를 두고는 일종의 유사 ICO(암호화폐공개)를 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으로 거래 수수료를 내고 거래소의 플랫폼 토큰을 돌려받는 것은 ICO와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 플랫폼 토큰을 트레이딩 마이닝이라는 방식을 통해 다른 암호화폐를 받고 분배하기 때문에 ICO와 유사한 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업계의 분위기는 대체로 냉랭하다.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인 지닉스의 최경준 대표는 “언젠가 가격이 ‘0’에 수렴하는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그는 “유사 ICO로 볼 수도 있지만 설계 자체가 가격을 지지할 수 없는 모델이면 ICO가 아닌 다단계로 볼 수도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건 자명해보여서 업계 전체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경영방법으로 본다”고 했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업체인 마이스터트레이딩의 박정대 대표도 “처음에는 배당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토큰의 가격이 높아지지만, 어떠한 한계에 도달하면 가격이 하락하게 설계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에프코인 가격은 실제 지난달 13일 최고가 1.259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해 9일 기준 300%이상 하락한 0.259달러에 거래됐다.

문제는 에프코인 거래소가 혁신적 모델을 통해 거래량 1위를 차지하자 여타 중소 거래소들도 이미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계 거래소 비트지와 코인베네는 에프코인과 같은 트레이딩 마이닝 모델과 수수료 수익 배분 방식을 적용하면서 단시간에 거래량 상위권으로 급부상 했다.

기존에 있던 거래소 플랫폼 토큰을 마이닝 토큰으로 변환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달 20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엑스는 기존에 존재하던 자체 토큰인 CET토큰중 아직 배분되지 않은 36억개를 이달 1일부터 트레이딩마이닝 방식을 통해 분배하고 수수료 수익 80%을 토큰 보유자들에게 나누어주겠다고 공지했다. 이후 트레이딩 마이닝이 시작된 이달 1일 CET토큰 가격은 800% 이상 상승했으며, 지난 9일 기준 거래량 10억 1,560만 달러(한화 약 1조 1,293억 원)로 바이낸스와 비등한 위치에 섰다.

FT 가격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거래소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 업계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암호화폐 분야에서 여러가지 예측이 있었지만 그 예측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라며 “암호화폐 쪽에서는 새로운 모델이 계속해서 나와 실험을 거치고 있고 이 실험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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