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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법적이슈] 암호화폐 법적성격, 이제는 해답을 내놓을 때

정수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블록체인과 법적이슈’라는 표제로 정기 기고를 시작하며 개인적으로 다짐한 목표가 있다. 첫째,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련 법적이슈를 쉬운 강의처럼 풀어내고, 둘째, 이공계 출신 변호사로서 법적 관점뿐만 아니라 기술적 측면도 함유하며, 논란이 있는 사안은 가능하면 일방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셋째, 특정 암호화폐에 대한 장밋빛 소개나 국내·외 가격차를 활용한 재정거래 등 혹여 투기를 조장할 수 있거나 이미 잘 알려진 주제는 되도록 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건 현재 블록체인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암호화폐를 아예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본 기고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암호화폐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하고, 우선 지금껏 결론이 나지 않은 암호화폐의 법적성격에 관한 내용으로 첫 글을 시작하기로 한다.

필자는 2014년 중순경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출신 동기로부터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일부 장난스런 괴짜들이 수학(암호학)에 기반해 싸이월드 도토리처럼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사결제수단을 만들었겠거니 하고 곧 잊어버렸다. 그러나 작년 초경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블록체인 관련 번역서들도 하나둘씩 출간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 등 새로운 업계에 과감히 뛰어든 혁신적인 창업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며 해당 기술의 가능성과 파급력에 확신을 갖게 됐다.

필자는 작년 9월 한국블록체인비즈니스연합회에서 본 기고명과 동일한 표제로 강연을 했던 것을 시작으로, 여러 밋업과 현재 운영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그리고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관련 업무를 다수 수행하며 많은 업계 종사자들과 소통해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암호화폐 관련 법과 제도가 불명확하다는 점에 답답하고 불안해했다. 이는 법적 리스크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야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하도록 해 마찬가지였다. 윌리엄 무가야가 저서 ‘비즈니스 블록체인’에서 “블록체인 역량은 곧 기술+비즈니스+법이다”라고 선언하며 법과 제도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 무색하게 지금껏 관련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법적 성격을 규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금껏 이뤄진 법적 논의의 수준은 초보 단계다. ‘이래서 이건 아니고 저래서 이것도 아니다’ 식의 논의 상황에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다. 이는 수학, 전산학 등 관련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업 종사자 등으로부터 건너들은 정보만으로 이를 규명해내야 하는 한계와 기존 법 제도의 틀 안에서 이해하고 설명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법조인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암호화폐는 기존 법 제도상 딱 들어맞는 개념이 없어 그 법적 성격은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크게 보면 두 갈래다. 재화나 자산, (금융투자)상품 등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과 화폐, 통화 혹은 이와 유사한 지급결제수단의 일환으로 볼 것 인지다. 각 입장 별로 예상 되는 문제점과 장점을 분석하면 이렇다.

우선 암호화폐를 재화 등으로 보는 전자의 입장에 서면 암호화폐는 그 가격이 정당한 수준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주식이나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전통적인 금융투자상품을 투자할 때는 저평가 된 상품을 매수하고 고평가될 경우 매도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정당한(혹은 공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전제다. 전통 투자론의 관점에서 금융투자상품의 정당한 가치는 해당 금융상품에서 미래에 유입될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합산액으로 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경우 미래에 유입될 현금흐름을 확정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정당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현재 모든 형태의 최초코인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발행 시 미래 유입될 현금흐름을 제시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소위 증권형(지분증권 및 채무증권) ICO를 금지했다. 이같은 상황이 단기간 내에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처럼 볼때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도입하기 수월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자본시장법에는 금융투자상품을 투자하도록 권유할 때는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원칙을 지키도록 하는 등 투자경험과 손실감수능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를 암호화폐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보호의무 등 관련 규제나 과세를 도입해 한결 투명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다. 아울러 양도차익이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데 따른 논란이 보다 수월하게 해결될 공산이 크다.

반면, 후자의 입장처럼 암호화폐를 통화 내지 지급결제수단과 유사하게 보면, 암호화폐 가격을 바라보는 시각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기제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이는 암호화폐의 가격 수준 자체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해서 달러 가치가 정당하지 않다거나 거품이 끼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특히 비트코인, 리플 등을 통한 지급결제 내지 해외송금 서비스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최근 국내에서 이더리움을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코인덕)가 세계 최초로 런칭되는 등 암호화폐가 지닌 지급결제수단의 대체적 기능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는 점은 이와 같은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이해하게 되면 높은 가격 변동성이나 결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국가 입장에서는 암호화폐가 무분별하게 통용돼 통화정책이나 국가경제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급결제수단은 중앙은행을 통해 통제 가능한 본원통화나 관련 법령상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한 자에게 예외적으로 그 발행이 허용되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발행이나 유통을 제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위 각 입장을 고려하면 거래소 등 암호화폐 관련 산업을 통해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했거나 그런 기회를 잡은 신흥세력의 경우 암호화폐를 지급 결제 수단으로 보는 입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 상승이나 예상되는 관련 규제 측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장 큰 수익을 실현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용자가 거래한 암호화폐 중 일부를 수수료로 징구하여 주된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반면 정부나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위 입장 중 어느 것을 취하든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그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그러나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의 입출금 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케 하고, 향후 이를 근거로 양도차익 등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전자의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뒤따르는 논란도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과 유사하게 볼 경우 해외 각국과 비교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유인이 크게 떨어져 역(逆)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할 우려도 없지 않다. 유사한 사례로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된 대만 주가지수(자취안지수)의 폭락 사례가 있다. 대만은 1988년 9월 주식 양도차익 과세 제도를 12년 만에 부활했다가 자취안지수가 불과 19일 만에 8,798포인트에서 5,615포인트로 폭락했다.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장관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문제로 번졌고, 대만 정부는 수습을 위해 노력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결국 대만 정부는 1990년 1월 1일부로 다시 양도소득세를 폐지했고, 담당 장관은 퇴진했다.

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암호화폐는 가치평가 측면에서 전통적인 금융투자상품과 차이가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신용평가회사(Weiss Ratings)가 74개 주요 암호화폐에 대해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겨 발표했는데, 예상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특정 코인(스팀)의 거래가격이 폭등했다가 며칠 뒤 폭락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위 회사는 위험, 보상, 기술, 성장률 등 요인들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각 요인들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였는지 분명하지 않다. 고려한 요소들 역시 주관적이거나 가격변동성을 고려한 위험 요인이 과도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 신뢰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이로 인해 며칠간 특정 코인 가격이 치솟았던 것은 그만큼 암호화폐의 정당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그렇기에 시장참여자들은 이와 관련하여 조금이나마 신뢰할 수 있을만한 정보에 매우 목말라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뿐만 아니다. 암호화폐를 주식(지분증권)이나 채권(채무증권)과 유사하게 보면 증권형 ICO를 최우선적으로 금지한 뒤 모든 형태의 ICO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금융당국의 입장과 상충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와 같은 조치가 해제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해외 주체들이 발행한 암호화폐들만 거래될 수밖에 없어 자본의 해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사견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암호화폐를 지급결제수단의 일종으로 취급하고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과 같은 투자대상으로 보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규제를 부과하는 것도 투자자 보호나 시장의 투명성 등 여러 장점을 고려할 때 상정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전제가 있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게 ICO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발행한 암호화폐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ICO에 참여한 사람들이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 채 규제가 어려운 해외 자본의 놀이터로만 전락하게 되고, 국내 투자자들은 이들로 인해 야기된 높은 가격변동성으로 인해 손실만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 그리고 그와 같은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 시 적용될 제재 규정이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ICO 당시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보 및 그 정확성에 대한 검증 절차 역시 필요하고, 추진 주체로 하여금 ICO를 통해 조달한 암호화폐 금액을 신고하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우리 자본시장법상 적격투자자와 유사한 일부 투자자들에 대해서만 ICO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들을 상대로 ICO를 진행한 기업들은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라는 양식을 통해 추진 예정인 프로젝트 및 암호화폐 사용과 관련된 내용, 그리고 투자자 보호 등 ICO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있다.

ICO 추진 주체로 하여금 성실한 프로젝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ICO와 관련해 투자자 입장에서 프로젝트의 가치 판단이 어렵고 ICO 추진 주체가 프로젝트 로드맵을 불이행해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O에 분산자율조직(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역할을 접목한 DAICO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형태의 ICO를 우선적으로 허용해주거나 관련 규제를 보다 완화함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형식적으로 분리해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는 적극 규제하고 후자는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럴듯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공개 블록체인에서 거래내용 저장을 위한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 상당한 컴퓨팅 자원을 소모해야 하는 채굴자들이나 거래 내용을 검증하는 노드 참여자들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보다 효율·효과적인 수단은 아직 제시된 바 없고, 지금 상황에서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도 어렵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반드시 저해한다는 주장에도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양자를 완전히 분리하여 하나는 규제하고 나머지는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을 내려보자. 암호화폐는 여전히 그 법적성격이 모호하고, 이에 관하여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기 어려운 두 입장이 대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더 이상 이를 늦출 수 없고 늦춰서도 안된다. 지금껏 이뤄져온 것처럼 암호화폐는 기존의 법적 개념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등 별다른 실익 없는 논의는 지돼야 한다. 규제를 도입하면 암호화폐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점에서도 한걸음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통화, 지급결제수단, 금융투자상품 등 여러 요소가 함유된 새로운 수단인 만큼 다양한 성격을 적절히 반영한 새로운 개념 정의와 관련 규제를 우선 도입하여 시행하고, 관련 기술의 발전이나 부작용이 발견될 경우 신속히 수정·보완해나가면 충분하다.

/정수호변호사

※정수호 변호사

정수호 변호사는 경기과학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거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법무법인 세종 증권·금융 분쟁팀 및 암호화폐 태스크포스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의 자문변호사이면서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윤비의 한국 진출 관련 자문, 국내·외 기업들의 ICO 관련 자문, 국내 금융기관의 제휴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자문, 암호화폐 재정거래 관련 자문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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