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분과를 신설하고 관련 기술검증(PoC)에 착수했다. 기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은행 차원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OBDIA는 26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결제와 유통,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분과’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새 분과에는 LG CNS·비디젠·소프트제국·아이티센글로벌 등 기존 회원사와 교보생명·다날핀테크 같은 신규 회원사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다. OBDIA는 “협회는 4월 주요 은행들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와 은행권 적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분과를 출범시킨 바 있다”며 “이번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활용성과 민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 차원의 분과를 별도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회원사인 블록체인 기술 업체 페어스퀘어랩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PoC에 착수했다. 실제 실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OBDIA에는 BNK경남·BNK부산·IBK기업·iM뱅크·KB국민·케이뱅크·NH농협·SC제일·Sh수협·신한·우리·토스뱅크·하나은행 등 총 13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하고 있다. OBDIA 관계자는 “향후 PoC 결과를 바탕으로 회원사와 함께 다양한 활용 방안과 상호 운용성까지 확장 테스트할 계획”이라며 “회원사인 금융결제원과도 추가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개별은행 차원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준비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날 핀테크 보안 업체인 아톤, 글로벌 음악 저작권 투자플랫폼 뮤직카우와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3사는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공개(STO)를 연계한 융합 사업 모델 검증에 나선다. K콘텐츠 실물 자산 기반 STO와 결제·정산용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해 자산 유동성 확대와 투명한 거래 인프라를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K팝 팬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K팝 저작권 STO를 구매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처를 창출하고 K콘텐츠의 금융상품화·저변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은행부터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은행권의 준비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현만 토스인사이트 연구위원과 이주환 연구원은 이날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스템 개선을 위한 인프라로 작동하려면 가치 안정성에 대한 시장 신뢰와 유동성 문제 최소화가 중요하다”며 “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컨소시엄 또는 신탁 구조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기존 시스템 내 금융 규제와 감독 도구를 통한 준비금 투명성 확보가 용이하고 여러 금융기관의 자본력을 활용해 초기에 대규모의 유동성 풀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특히 이러한 금융기관 컨소시엄을 기반으로 한 발행 구조는 준비금 구성 등에 대한 사전 규제를 통해 통화정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열린 디지털자산 정책 세미나에서 “홍콩은 은행을 포함한 모든 법인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되 명확한 ‘사용처’가 있는지를 인가의 핵심 기준으로 본다”며 “우리 역시 자본금 규모로 막을 게 아니라 준비금을 잘 유지하는지 감독하는 ‘행위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