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화(e-currency) 종류는 무수히 많다. 페이스북 광고를 결제할 땐 ‘페이스북 크레딧(Facebook Credits)’이란 전자통화를 사용한다. 엑스박스(X-Box)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 포인트(Microsoft Points)’로 결제해야 한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암호화폐도 전자통화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자통화가 양산되고 있지만, 전자통화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전자통화가 믿을 수 있는 거래매개체에서 거래되고 있는지, 전자통화의 상대적 가치는 어떻게 되는지 등 파악할 수단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IBM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자기인식토큰(Self-aware token)’ 시스템이다.
‘자기인식토큰’은 명칭과 달리 토큰이 아니다. 시스템이다. IBM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핵심은 이렇다. 플랫폼상에 전자화폐를 등록한다. 여기서 플랫폼은 IBM이 아이디어 상으로 제시한 가상의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해당 전자화폐가 플랫폼 밖에서 거래된 내역을 추적한다. 비트코인(BTC)이면 비트코인이 사용된 모든 거래매개체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의미다. 이때 거래매개체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도 있고, 은행이 될 수도 있다. 일반 슈퍼마켓도 가능하다.
거래매개체의 거래 데이터를 검색해 해당 매개체의 신뢰도에 등급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전자화폐가 부정한 거래에 이용됐다. IBM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거래매개체에 대한 평가까지 포함하고 있다. 거래매개체에 대한 신뢰 등급이 낮다면 해당 전자화폐의 신뢰성도 떨어진다. 대중은 IBM 플랫폼상에 나타난 데이터를 통해 이를 판단할 수 있다.
전자화폐에 등급도 매긴다. 유형이 비슷한 다른 자산과 비교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공시된 전자화폐의 시장가격이 합당한지 파악할 수 있다. 이강욱 KNK 대표 변리사/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쉽게 말해 모든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리사는 “이 특허는 전반적인 디지털 금융 시스템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는 가치평가모델 플랫폼에 대한 방법으로, 전자화폐의 신뢰도 및 가치를 매기는 방법에 대한 특허에 가깝다”고 전했다. 가치를 매기는 방법이 구현될 수 있는 기술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기보다는 다양한 기술로 구현될 수 있는 가치평가 방법에 대한 특허를 내놓았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리사는 “만약 누군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자화폐에 등급을 매기겠다고 한다면 IBM 측에서 특허 침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욱 변리사는 “이 특허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거래매개체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디지털 자산에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이 시스템이 여러 방면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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