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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플랫폼의 위기와 페이스북 암호화폐의 발칙함


택시 사업자가 있다. 택시업을 하려면 택시(자동차+면허)를 사야 한다. 정해진 운행 규칙과 배차 시스템(dispatch)도 구축해야 한다. 다 돈이 든다. 승객이 택시를 콜(hailing)하거나, 카드 결제에 필요한 업무(payment)는 외부에 맡길 수도 있지만 택시업의 본질은 아니다.

어느 순간 택시업은 돈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특색 없이 그저 그런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때 택시업 벨류 체인(value chain)을 가만히 뜯어 본 기업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일단 자동차와 면허를 분리했다. 자동차만 부품처럼 끌어모았다(모듈화). 배회 영업이라는 특성(운행 규칙, 배차)은 유지하면서, 업의 본질이 아니었던 콜 기능, 결제 기능을 재조합(integrated)했다. 이게 차량공유기업 우버다.



우버의 등장 전후로 택시업 밸류 체인에 일어난 변화는 아래 그림과 같다.


밸류 체인 자체는 변한 게 없다. 승객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사슬(체인)은 그대로다. 밸류 체인의 전체 부가가치가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도 아니다. 하버드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이익보존의 법칙’에 땨라 돈을 버는 주체는 바뀌었다. 일반 택시회사, 택시 드라이버가 푼돈을 벌 때, 우버 투자자들은 면허 한 장 없이 떼돈을 벌었다.

어찌보면 카카오카풀, 타다 논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밸류 체인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신기술을 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밥그릇 싸움 프레임’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우버도 시작은 신기술 기업이 아니었다. 우버의 영리함은 밸류 체인 중 어디를 모듈화하고, 어느 부분을 재조합해야 하는 지 정교하게 설계한 것에 있다. 우버는 기존 IT 기술로 이를 구현함으로써 차량-승객 플랫폼이 됐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은 우버 말고도 여럿 있다. 에어비앤비, 넷플릭스는 호텔업과 영상 미디어 산업의 밸류 체인을 재구축한 플랫폼이다.

그렇다면 금융 산업의 밸류 체인을 재구축하면 어떻게 될까. 페이스북이 야심찬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바로 프로젝트 리브라(Libra)다.


페이스북은 글로벌코인(GlobalCoin)이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만들고 있다.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서 송금, 결제가 자유자재로 이뤄지고, 현실 세계 결제에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재단을 설립하고, 통상의 암호화폐처럼 노드 운영자가 코인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영락없는 탈중앙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아주 발칙하다. 블록체인 기술로부터 형식은 가져왔으나, 핵심은 여전히 독점적이고, 중앙집중화돼 있다.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겠지만, 글로벌코인은 사용자의 참여와 그에 대한 보상으로써 코인을 지급하는 ‘토큰 이코노미’와는 거리가 멀다.

노드 운영에 참여하려면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입장료를 내야한다. 페이스북이 재단에 끌어들이려는 곳도 대형 금융사와 거대 기술 기업, 투자 기업들이다. 일반인이 참여할 틈이 별로 없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밸류 체인 상에서 송금, 결제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로 모듈화돼 있을 뿐이다. 주체가 아니라 파편화된 객체, 서비스의 대상이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기관, 기술기업, 그리고 정책 당국자들과 협의하면서 금융업 밸류 체인을 재구축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의 오늘날을 만든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들은 이번에도 밸류 체인의 끄트머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위기는 이러한 소외감에서 출발해 이익 독점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 중이다. 우버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일 기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우버 창업자와 투자자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우버 기사들은 최저 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에어비앤비는 몰카 스캔들과 세금 문제로 골머리다. 넷플릭스는 디즈니, 애플 등 경쟁 업체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IT 플랫폼들도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에 직면해 있다.

플랫폼 안팎의 이해 관계자들과 밸류 체인 상의 각 파트(모듈)에서 기업의 독점적 이익을 나눠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교조적으로 “탈중앙화만이 진리”라고 외치려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탄생한 이후 나온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플랫폼 네트워크에 참여한 사용자가 네트워크의 발전에 기여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는 없는가. 사용자 정보와 데이터의 진정한 소유자는 누구인가.
기업들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머뭇거리면 플랫폼의 위기는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블록체인 진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진지하게 해답을 찾고 있다면 그가 다음 시대 플랫폼 비즈니스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시작됐고, 위험 옆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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