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대규모 업그레이드 ‘펙트라’를 앞두고 긴장 국면에 들어갔다.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미국 기준금리 결정까지 겹치며 시세와 점유율 모두 중요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7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이더리움(ETH) 가격은 1834달러다. 전일 대비 약 2% 반등한 수치다. 24시간 거래량도 41.44% 급증해 약 154억 달러(약 21조 5091억 원)를 기록했다.
이날 예정된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더리움 대규모 업그레이드 펙트라는 한국 시간 기준 이날 오후 7시 전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는 특정 블록 높이에서 실행되도록 사전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평균 블록 생성 속도에 따라 대략적인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중대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시장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앞서 이번 업그레이드 테스트 과정에서 연속 버그가 발생하며 업그레이드 일정이 연기된 만큼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더리움 인프라 개발사 컨센시스의 수석 연구 책임자 말레시 파이는 “이번 업그레이드는 프로토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더리움이 10년 동안 복잡한 하드포크(네트워크 분리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쌓은 신뢰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트워크가 분기되지 않고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하드포크 직후 15분이 최대 고비다. 닉소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는 “하드포크 직전보다 직후 15분이 진짜 긴장의 순간”이라며 “클라이언트가 잘못된 체인으로 갈라지지 않는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들도 입출금 통제를 시작했다. 업비트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빗썸은 오후 2시부터 ETH 및 ERC-20 토큰 입출금을 막았다. 코인베이스·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보다 이른 조치다. 입출금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기간 해당 자산의 스테이킹 신청도 중단된다. 업비트 관계자는 “하드포크 과정에서 이용자의 입출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다 안전하게 예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펙트라 업그레이드 실행 이후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가 예정돼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지만 발표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ETH 등 가상자산 가격이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비트코인(BTC)보다 ETH의 가격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가상자산 변동성 파생상품 프로토콜 볼멕스의 내재 변동성 지수에 따르면 BTC의 24시간 가격 변동폭은 2.56%인 반면 ETH은 3.45%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TH 가격 향방은 이더리움 점유율 회복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때 10%대를 유지하던 ETH 점유율은 최근 7%대로 추락했다. 반면 BTC 점유율은 65%까지 상승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시장이 BTC 중심으로 재편되고 솔라나 등 경쟁 체인의 급부상이 영향을 미쳤다.
알렉스 스바베닉 난센 최고경영자(CEO)는 “3~4년 전만 해도 ETH이 가상자산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이제는 여러 레이어1(L1) 체인들이 웹3 주도 플랫폼이 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솔라나는 활성 주소, 거래량, 심지어 가스 요금까지 대부분의 온체인 지표에서 이더리움을 추월했다”고 지적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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