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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빠진 블록체인 진흥주간···"전형적인 책임회피"

행사 신청 단계부터 '가상자산 불가능' 명시

과기부 "가상자산 금융위 소관, 피해 방지 의도"

업계선 "골치아픈 분야 떠넘기는 책임 회피"

출처=셔터스톡


정부가 블록체인을 홍보하는 행사에서 정작 ‘가상자산’ 관련 언급을 금지했다.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와 올 초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투자 논란으로 시장에 잡음이 이어진 영향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시장을 외면하는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자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블록체인 진흥주간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업은 ‘가상자산’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행사 참여 기업 모집 공고의 자격요건에 ‘가상자산을 다루는 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며 “이전에도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말라고 텍스트로 명시해 기업에 직접 전달한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행사는 큰 기회지만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기업이라 참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블록체인 진흥주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블록체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열렸다.



과기부는 정부 부처와의 역할 구분을 이유로 들었다. 가상자산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며 과기부는 백신접종 증명서비스 등 블록체인 기술 관련 서비스만 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예산도 가상자산을 제외한 블록체인 기술 기업에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캠(사기) 기업에 대한 우려도 이유로 지목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괜찮은 가상자산 기업도 많지만 국민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기업으로부터도 행사 문의가 많이 온다”며 “공신력 있는 정부 행사에서 해당 기업들의 참여를 막고 투자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의도도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과기부는 블록체인 관련 컨퍼런스 등에서도 가상자산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3 블록체인 진흥주간 부스 참가 신청서에 ‘가상자산 관련 내용은 불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러나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며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는 기술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참여자에 제한을 두지 않아 개방성,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넥슨과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 진출과 대중화에 유리한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협력한 이유다.

퍼블릭 블록체인 참여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한 대가로 가상자산을 받는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축 통화로 사용되며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디앱) 등 여러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가상자산이 블록체인 생태계 운영의 핵심 동력인 셈이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발적인 참여와 보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블록체인의 기본 생리이자 핵심 사상”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배제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지고 상용화되고 지속적으로 개발 중인 영역은 가상자산 분야”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이 빠진 블록체인 행사가 알맹이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규제가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가상자산 시장을 서로 떠넘기려는 정부의 책임 회피로도 해석된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시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골치 아픈 분야를 회피하겠다는 모습”이라며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며 관료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을 빼고 (블록체인을) 의료데이터 보완 등에만 사용한다는 건 너무 좁은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시장의 발전을 위해 기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과기부가 가상자산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유통과 발행 등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가이드가 없는 상황에서 과기부가 (가상자산을) 다루기 어렵다는 명분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기술이 산업을 지탱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부서가 주도권을 잡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가 가상자산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가져가면 블록체인은 금융의 한 분야로만 전락할 수 있다”며 “정부 부처 중에서도 보수적인 금융위가 가상자산 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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