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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가 말하는 최근 블록체인 업계 동향은?

초기엔 금융권, 요즘엔 제조·유통 분야 고객 증가

글로벌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 대응 위한 조직 '라이트하우스' 만들어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폭풍 전야"


기업이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2년 전 만해도 효과를 낼 수 없는 부분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많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만능열쇠처럼 여겨졌지만, 막상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추세가 바뀌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실질적 효과를 내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정KPMG는 회계, 경영, 재무자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회계법인이다. 삼일PwC, 딜로이트안진, EY한영과 함께 국내 4대 회계법인으로 꼽힌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삼정KPMG 본사에서 조재박 본부장(전무), 조진 이사, 윤희상 컨설턴트를 만났다. 이들은 삼정KPMG에서 디지털 전략 수립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상 컨설턴트, 조재박 본부장(전무), 조진 이사./사진=도예리 기자

주로 어떤 고객이 블록체인 관련 자문을 구할까
조진 이사는 요즘 들어 “제조와 유통 분야 고객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전엔 개인정보에 민감한 금융권에서 주로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표했다. 블록체인을 보안 및 데이터 저장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핵심 과정을 바꾸긴 어려웠다. 기존 기술에 비해 블록체인은 거래 속도가 현저히 낮았다.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그러다 최근 비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조 이사는 “블록체인이 주는 가치가 ‘네트워크’에 있다는 걸 기업들이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급망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블록체인을 활용했을 때 얻는 이익도 커질 수 있다. 물류가 대표적이다. 물건을 주문한 사람, 이를 확인하는 사람, 배달하는 사람, 옮기는 사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급망에 참여한다. 물건이 이동할 때마다 거래가 발생한다. 이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각 이해관계자에게 동시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상품 추적도 가능해진다. 조재박 본부장은 이처럼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정산이나 계약을 관리하는 쪽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KPMG가 신기술에 대응하는 방법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신기술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다. 컨설턴트도 안주할 수 없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전략을 짜려면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수다. KPMG는 ‘라이트하우스(Lighthouse)’란 범세계적 디지털 조직을 구성했다. 주요 국가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 외 지역에선 지역별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추상적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현 가능한 기술이 뒷받침돼야 고객이 해당 전략을 선택하도록 설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라이트하우스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동맹을 맺는 이유다. 이를 통해 KPMG는 가시적인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조진 이사는 호주를 예로 들었다. 호주 라이트하우스에선 와인과 연관해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만들었다. 고객이 실제로 해당 솔루션을 검토해볼 수 있도록 시험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조재박 본부장은 “삼정KPMG 같은 컨설팅 회사가 블록체인을 직접 만드는 역할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기술 기업과 협업해 솔루션을 제공할 순 있지만 실제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술자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조 본부장은 “블록체인에서 중요한 부분은 실물자산과 암호자산 간 매개 방법과 정산 구조”라고 주장했다. 컨설팅 회사는 블록체인으로 엮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정산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10개 솔루션 가운데 1~2개는 블록체인 이용한 솔루션 제안···채택률은?
고객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컨설팅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현재 고객의 상황이 어떤지 점검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이후 고객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한다. 최종 선택은 고객 몫이다.

조재박 본부장은 “10개 정도 방안을 만들면 그중 1~2개는 블록체인을 사용한 방법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그 제안을 택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묻자 “작년, 올해 초와는 달리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조 본부장은 답했다.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솔루션은 최종 선택지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방안에 고객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디렉셔널’ 등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선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조 본부장은 전했다. 디렉셔널은 블록체인을 사용해 개인 간 주식대차를 가능하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금융위가 일정 기간 혁신 서비스에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제도다.

컨설턴트가 바라보는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조진 이사는 “기업은 직접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 등 2개의 선택지 중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처럼 많은 고객을 둔 기업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편이 유리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탄탄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편이 낫다는 게 조진 이사의 시각이다. 다양한 기업이 소속돼 있는 네트워크에 들어가면 그들의 고객까지 자동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현재 대기업은 주도권 싸움을 위해 준비 중이고, 나머지 기업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희상 컨설턴트는 카카오와 페이스북을 예로 들며 “이미 많은 고객을 보유한 대기업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려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들이 별도 협의체를 구축해 고객군과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재박 본부장은 현 상황을 ‘폭풍 전야’라고 표현했다. 아직 성공적 모델이 나오진 않았지만, 곧 주도적으로 영향을 미칠 주체가 등장할 시기란 의미다. 그는 디지털 분야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 뒤를 따라 더 개선된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방식을 의미한다. 조 본부장은 “디지털 분야는 선점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특정 기업이 혼자서 새로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플랫폼을) 능가하겠다고 한다면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보다는 기존의 여러 회사가 플랫폼을 함께 만들거나 이미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치고 나가는 편이 경쟁력 있다는 주장이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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