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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是是非非] 가상화폐는 화폐인가? 아닌가?

비트코인 광풍(狂風)이 불면서 가격이 한 달 만에 두 배 급등했다가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이틀 만에 40%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널뛰면서 논란은 더 뜨겁다.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 등 정부는 “비트코인은 절대 화폐가 아니다”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흔히 가상화폐라고 해석하는 crypto currency를 가상통화로 해석한다. 가치척도, 지급수단, 가치저장, 교환 이라는 화폐 기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강한 규제를 준비 중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가상화폐가 순식간에 폭락할 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안정되면서 글로벌 통화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crypto currency는 ‘화폐’일까? 아닐까?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가상화폐는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생부터 ‘이념적 배경’과 ‘사회적 현상’을 품고 있었다.

우선 가상화폐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모토로 한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논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신용에 기반하지 않는 전자거래 시스템(a system for electronic transaction without relying on trust)을 주장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화폐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국가는 정책실패로 화폐가치가 하락해도 이를 보상해 주지 않는다. 피해는 언제나 국민의 몫이었다. 쑹훙빙이 쓴 ‘화폐전쟁’에서 제기한 ‘국제금융을 통제하는 큰 손’에 관한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단순한 의심만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힘없는 사람들은 국가나 금융기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뭔가 일관된 프로토콜에 의해 작용하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많다. 이를 찾기 위한 오랜 시도의 결과물이 ‘가상화폐’인 셈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전통적 화폐와 뭐가 다를까?

먼저 전통적 화폐는 국가가 발행하고 관리한다. 국가는 통화정책에 따라 발행량, 가치 등을 조정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의해 생산된다. 생산량은 정해져 있다. 특정한 발행 주체도 없다. 결국 인위적인 발행량과 가치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나라나 단체가 패권을 잡을 수도 없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조작, 해킹 등의 문제도 없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거래소에서 터진다. 여러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폭발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이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에 기반한 민주적 의사결정의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쪽으로 쏠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실물 기반도 아니고 통제하는 주체도 없다는 것이 불안하고 가격변동 폭이 큰 이유가 된다. 최근의 급등락 장세가 이를 반증한다.

또 채굴을 잘하는 국가나 집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거래량이 늘면서 송금 속도는 늦어지고 비용은 높아진다. 자금세탁이나 범죄에 악용되고 있고, 투자를 넘어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거래소 해킹 이슈도 여전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화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과연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 가진다. 한국은행권은 법화(法貨)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 법률에서 말하는 ‘통화’는 한국은행권과 같이 국가에서 발행한 법정 통화만을 의미한다.

더 넓은 의미로 ‘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가 있다. 외국환거래법은 ‘지급수단’에 선불카드와 같이 “그 밖의 물건에 전자 또는 자기적 방법으로 재산적 가치가 입력되어 불특정 다수인 간에 지급을 위하여 통화를 갈음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포함 시켰다. 문제는 ‘재산적 가치가 입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상화폐는 디지털신호에 불과하다. 또 ‘전자화폐’가 되려면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여야 하고, 발행자에 의해 현금 또는 예금으로 교환이 보장돼야 한다. 가상화폐와는 거리가 먼 예기다.

결국 가상화폐는 법률에 의한 통화나 이에 상응하는 수단이 아니다. 법이 바뀌지 않으면 화폐 내지 거래수단도 안 된다. 그래서 정부는 금융투자상품인 증권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하려고 한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교환수단 또는 지급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쓰고 있는데 화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다. 단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최대 채굴국임에도 가상화폐 규제가 가장 엄하다. 취약한 금융 시스템, 위안화 안정화 등을 고려한다면 가상화폐 규제는 당연하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지난 4월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제도권으로 끌어당겼다. 엔화가치가 높아지는 부담을 덜고, 블록체인 기반기술의 확대를 통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도 있다. 다들 나름의 복잡한 계산에 따라 행동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관치금융의 짙은 그림자가 늘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격한 규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벌써 1년쯤 전일이다. 한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가 필자에게 두 가지 조언을 했다. 첫째는 블록체인 기술을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이더리움을 사두라는 것이었다. 당시 이더륨 가격이 몇 천원을 하던 때니 만약 그 조언을 듣고 사두었다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 그가 했던 조언은 투자나 투기가 아니었다. 필자에게 주문했던 것은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하고 사회의 기반기술이 될 것이니 여기에 관심을 두라”는 것이었다.

가상화폐는 문제가 많다. 특히나 투기 광풍은 규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산업에 윤활유와도 같다. 오픈소스 체제의 블록체인 산업에서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ICO(신규 코인 발행에 의한 자금조달)나 가상화폐를 엄격하게 규제하면 산업은 위축된다. 좀더 멀리 본 결정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법무부가 가상화폐 TF를 주도한다는 소식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개인정보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데이터 산업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갑작스레 큰 비가 올 때는 일단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시장에 대한 경고기능을 충분히 하면서 그리고 꼭 필요한 규제로 제한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버블이라면 꺼지기 마련이고, 시대의 흐름이라면 뒤쳐질 뿐이다. “의도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조언을 다시 생각해 본다.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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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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