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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거래 배워야 대박 수익" 코인 리딩방에서의 2개월, 그 시작

[코인 스캠의 표적이 됐다]①

카카오톡 리딩방 입장하는 순간 연락처 유출

개인정보 암거래…사설 도박 사이트에 팔려

700명 넘는 채팅방, 이용자 관리 '피해자 명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회원 식별 때문에 연락처가 필요해서요. 휴대전화 번호 부탁드립니다.”

텔레그램에서 카카오톡으로 리딩방을 옮기고 싶다고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회원 식별이 어려워 연락처를 받는다는 이유였다. 개인정보까지 건네기 꺼림칙했지만 카카오톡 리딩방에 입장해 선물 거래 교육을 받으려면, 교육을 받아 더 큰 수익을 내려면 별 수 없었다. 리딩방에 제공한 연락처는 암거래 시장에서 매매되며 순식간에 ‘가상자산 사기(스캠)’의 표적이 됐다. 리딩방 운영자들은 카카오톡 채팅방을 일종의 ‘충성 고객 명부’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디센터는 지난 2월부터 두 달 동안 코인 리딩방을 잠입 취재했다. 카카오톡 리딩방은 가상자산 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리딩방 운영자들은 먼저 텔레그램에서 “가상자산 현물 투자로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선물 거래를 배우려면 연락달라”고 권유한다.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악용해 개인정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다. 메시지를 받은 담당자는 자연스럽게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했고 전화 통화로 선물 거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물 거래 교육 참여를 권하는 ‘트레이더’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공매도, 레버리지 등을 언급하며 전문적인 느낌을 줬다. “일 때문에 바빠서 전화를 잘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하자, 괜찮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신뢰감을 줬다. 이후 700명이 넘게 모인 카카오톡 리딩방에 초대받았다.

코인 리딩방 운영자가 기자에게 개인 연락처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최재헌 기자


5분도 채 안 돼서 기자는 가상자산 스캠의 표적이 됐다. 실제로 담당자에게 연락처를 넘기고 며칠 동안 스팸·스미싱 목적의 문자와 텔레그램 메시지가 잇따랐다. 리딩방 시장에서 개인정보가 매매된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리딩방 운영자는) ‘정보 관리 차원에서 연락처가 꼭 필요하다’고 투자자를 현혹한다”며 “실제로 (리딩방 시장에서) 개인정보가 암거래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개인 정보 동의 없이 연락처를 넘겨주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리딩방에 제공한 개인정보가 사설 도박 사이트로 팔려가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리딩방 참여자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사설 도박이나 다른 리딩방에도 관심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카카오톡 리딩방 가입 후 ‘10조합의 프리미엄 번호’를 무료로 알려준다는 스팸 메시지를 받았다. 황 교수는 “리딩방 참여자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으로 인식돼 (리딩방 운영자 입장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며 “사행성 게임 사이트나 다른 주식 리딩방으로 갈아타도록 따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 때문인지, 기자가 잠입한 카카오톡 리딩방은 닉네임에 전화번호 일부(뒷번호 4자리)를 반드시 입력해야 했다. 각각의 참여자가 얼마나 투자에 열성적인지, 트레이더들의 지시에 얼마나 따르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톡 채팅방이 이용자 정보 관리를 위한 일종의 ‘충성 고객 명부’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황 교수는 “텔레그램은 익명성이 보장돼 추천 종목 정보만 듣고 채팅방을 나가거나 악성 댓글을 다는 이용자들을 추적할 수 없어 관리가 힘들다”며 “(반면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어 관리가 쉬워진다”고 전했다. 리딩방 운영자들이 텔레그램보다 카카오톡을 선호하는 이유다. 일단 카카오톡 리딩방에 입장하면 화려한 현혹이 시작됐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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