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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넥스트]①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하이 '미스 블록체인'

분산된 세상에서 "씨유 어게인"

※편집자주

2019년 새해를 맞은 블록체인 업계의 과제는 본연의 가치를 되새김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실생활에 스며드는 애플리케이션(DApp)의 출현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는 “올해가 블록체인 서비스 원년이 될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에 내재된 철학이 삶과 생활 속에 어떻게 접목되고,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최 대표의 칼럼은 10회에 걸쳐 사회 각 영역에 스며들 블록체인의 모습을 담게 됩니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디센터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엉뚱하고 생뚱 맞은 이야기 하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블록체인을 떠올렸다.

<미스터 션샤인>의 세 남자, 유진 초이(이병헌 분), 김희성(변요한 분), 구동매(유연석 분)는 제각각 다르지만 무릇 하나의 목적을 향하고 있었다. 고애신(김태리 분). 말하자면 고애신은 ‘조선’의 은유였다. 세 남자는 제각각 사연을 갖고 조선(이라는 나라)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런 그들이 택한 것은 또 다른 조선, 고애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버린 조선이지만 그들은 조선을 지키고자, 고애신을 지키고자 악전고투한다. 고애신은 곧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이자 새로이 도달해야 할 세상이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모순을 극복한다. 총(유진 초이), 칼(구동매), 글(김희성)이 그들 각자의 방식이자 무기다. 고애신은 조선 그 이상의 새로운 세상이다. 낡은 중앙집권적인 체제가 아닌, 양반도 쌍놈도 아닌 분산화된 의병(개인)이 협력과 협동을 통해 새로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다. 고로 세 남자는 새로 태어나는 세상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몰락하는 조선(앙시앙 레짐)이 아닌 고애신(뉴 노멀)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책임감이 그들의 갑옷이다.

유진 초이, 김희성, 구동매는 각각의 방식으로 몽상가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사대부와 노비의 사랑), 무용한 것들의 유용함(아름다움을 말하는 관점), 무쓸모의 쓸모(백정 신분으로 애기 씨를 지키는 운명)를 위해 그들은 분투한다. 그들은 조선이라는 중앙집권 구조를 스스로 벗어나 고애신이라는 개별 존재에 집중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각자 제 갈 길을 거니는 것 같지만 그들은 그 와중에 수시로 ‘회합(會合)’한다. 회합은 화학에서 분자나 이온이 홀로 존재하지 아니하고 둘 또는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뜻하는 데, 이들의 화학적 케미는 희한하게 척척 맞는다. 즉 그들은 ‘커뮤니티’다.

<미스터 션샤인>은 ‘합시다, 러브’라는 로맨스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은 혁명 혹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류 탄생 이래 세계를 구축한 주역은 폭력과 이권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에 깔린 기저 역시 마찬가지다. 이완익(김의성 분)이 그러했고, 일본 제국주의가 그러했다. 조선 왕조(고종)라고 다르지 않다.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은 얼굴만 달리할 뿐 인민을 착취하는 행태는 똑같았다. 나라가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도 이들은 살아남는다. 소수가 위기를 불러와도 손실과 책임을 모두에게 떠넘기는 신공은 예나 지금이나 위력을 발한다. 이익은 집중화 되고, 고통만 분산화 된 익숙한 모양새다. 가까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그러했고, 세계 금융위기가 그러했듯 말이다.

유진 초이, 김희성, 구동매는 결국 중간 매개자를 거부한다. 미군, (부유한) 집안, 사무라이 등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고 탈중앙화를 꾀한다. 고애신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가 닿기 위한 선택이다. 중앙집권 체제는 공고해 보여도 허약했다. 이완익은 죽임을 당했고, 고종은 쫓겨났다. 일본도 ‘의병’이라는 분산화 조직에 우왕좌왕한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날 것을 안다. 그렇게 중앙집권에 균열을 가하는 탈중앙화, 분산화를 <미스터 션샤인>에서 만났다.

세 남자가 형성한 커뮤니티는 알게 모르게 주변부를 감화하거나 끌어들이면서 생태계를 조성한다. 세 남자가 생성한 인센티브가 확산되면서 생태계는 자연스레 활기를 띤다. 중앙이나 중간 매개자가 없어도 의병은 세를 불리고, 그들이 쥔 창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다. 새로운 화폐 체계, 암호경제를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의 노력과 맥이 닿는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인간 마음 깊은 곳에는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꺼지지 않는 기대가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세상을 유지해온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록체인도 그 과정에 놓여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의병’이었다. 영국 종군기자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가 의병들을 한 데 모아 찍은 사진이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애신은 사진 찍기를 주저하는 의병들에게 말한다. “이 작은 나라 하나 어찌 되든 세상에 알려고 하지 않으나, 조선의 주권을 향해 나가는 두려움 없는 걸음의 무게에 대해 전해 봅시다.” 먹먹한 이 장면에서 탈중앙화를 떠올린 것은 직업병일까. 블록체인은 ‘주권 선언’이다.

“‘굿바이’ 말고 ‘씨유’라고 합시다.” 유진은 애신에게 고한다. 이를 접수한 애신은 마지막 장면에서 유진이 준 반지를 낀 채 의병 교육훈련을 하면서 이렇게 읊조린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이를 빗대자면 블록체인은 이렇게 말함직하다. “분산된 세상에서 씨유 어게인.” 블록체인은 미스터가 아닌 미스여야 한다. 고애신이 상징했던 새로운 세상이 그러했고 기존 남성성이 중앙에서 지배한 세상은 글러먹었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탈중앙화, 분산화 등의 기치를 든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군림하는 남성성이 필요 없다. ‘미스터’ 블록체인이 아닌 ‘미스’ 블록체인으로 명명한 이유다.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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