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거래제 도입 이후 신규계좌 개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한도계좌’ 개설은 수월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 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신규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실명거래제 실시 첫 날인 30일, 기자가 IBK기업은행과 NH농협에서 신규계좌 개설을 실제로 시도해보니 예상과 다르게 어렵진 않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신규계좌 개설 목적을 묻는 은행원에 ‘가상화폐 거래’라 답하자 소득 여부 판단을 위한 재직증명서를 요구받았다. 증빙서류가 없을 경우 우선 한도계좌로 개설한 다음 추후에 서류 제출하면 일반계좌로 변경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도계좌는 입금 제한이 없으나 출금금액에 제한이 있다. 인터넷과 ATM을 이용하면 하루 30만원, 창구이체는 100만원 한도다.

“가상화폐 거래 목적이라도 신규계좌 개설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해당지점 행원은 “재직 여부가 확실하고 대포통장 등 부정적 목적이 아니라면 일반계좌를 개설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NH농협은행 명동지점도 계좌개설은 어렵지 않았다. 신규계좌 개설 목적을 묻는 은행원에 ‘단순 입출금’이라고 답하자 이번에도 한도계좌 개설을 추천받았다. 은행 직원은 기자에게 과거 사용했던 휴면 계좌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계좌를 되살리면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마지막 거래 시점부터 지금까지 3년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 휴면 상태를 풀면 증빙자료 없이 바로 해당 계좌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계좌 잔고에 10만 원 이상 남은 경우에는 3년이 초과돼도 계좌 영구 사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신규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마지막 거래가 3년을 초과하지 않았거나, 잔고가 10만 원 이상 남아있는 휴면계좌를 되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농협계좌로 거래 가능한 코인원도 실명 계좌 인증이 몰릴 것이란 우려와 달리 인증 절차는 수월했다. 기자의 코인원 신규가입부터 거래소 계좌 발급, 농협계좌와 거래소 계좌 연동까지 서버 과부하 없이 모든 과정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

한편 IBK기업은행 본점과 농협은행 명동점은 암호화폐 실명확인 작업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했다. 가상화폐 실명제에 대한 사전 안내가 잘 이뤄져 미리 실명 계좌를 만든 가상 화폐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동향을 전하려는 타사 취재기자 및 촬영기자들만 대기하고 있을 뿐, 고객 방문은 평소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



/나경연 인턴기자goungyoun@decenter.kr, 황보수현 인턴기자soohyunhb@decenter.kr

황보수현 기자

soohyunhb@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