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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가 서클에 투자한 이유…스테이블코인 승부는 유통망 [디센터 기고]

■[디센터 기고] <17>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
1억달러 투자·5년 협력 체결
USDC 거래·예치 활용 확대
USDT 키운 유통 영향력 부각
원화코인도 유통망 선점 관건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

바이낸스는 22일(현지 시간) 서클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서클 주식 약 123만 7000주를 주당 80.84달러에 인수했다. 동시에 양사는 5년간 USDC의 글로벌 유통을 확대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서클은 바이낸스의 유에스디코인(USDC) 보유량과 사용량에 연동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바이낸스는 거래·예치·투자상품에서 USDC의 활용도를 높이게 된다.

이번 거래를 두고 시장에서는 바이낸스가 테더(USDT) 위주의 구조에서 USDC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낸스는 지금까지 USDT가 오늘날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출범한 테더의 USDT는 2017년 바이낸스가 핵심 기준통화로 적극 채택하면서 급격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당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은행권과의 연계 부족으로 법정화폐 입출금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USDT가 이 금융 공백을 메워줬다. 바이낸스 리서치에 따르면 플랫폼 내 스테이블코인 기반 거래량 비중은 2018년 약 35.78%에서 2019년 60.55%로 크게 확대됐으며, 거래소 생태계 내부의 핵심 기준통화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USDT 생태계의 성장을 주도했던 바이낸스가 서클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바이낸스와 같은 유통 채널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 주도권은 단순한 발행 규모를 넘어 실제 유통되는 인프라에 의해 결정된다. 유통 채널은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 네트워크 확장과 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 같은 현상은 법정화폐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화폐 주권은 단지 국가가 화폐를 발행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지역과 경제 활동에서 기본 단위로 활용될 때 비로소 경제 전반에서 통용력을 갖게 된다. 미국 달러가 글로벌 기준통화로 확립된 것도 단순히 발행량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국채시장과 국제은행 결제망, 무역 거래, 중앙은행 간 유동성 공급 체계 등과 긴밀하게 결합한 결과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원리도 이와 같다. 단순히 발행 규모가 큰 토큰보다 거래소와 지갑, 결제망, 대출·담보 상품 등에서 지속적으로 쓰이는 토큰이 훨씬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한다. USDT가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를 바탕으로 시장의 기준통화 지위를 얻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바이낸스의 이번 투자 행보를 단순히 USDT를 USDC로 대체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과거 바이낸스USD(BUSD) 사례에서 드러났듯 특정 발행사나 규제 환경에 치우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표면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유통 인프라가 지닌 결정적인 영향력과 압도적인 주도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점이다.

즉 바이낸스가 서클에 투자하며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핵심 축이 발행을 넘어 유통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논의 중인 한국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는 발행 주체나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장을 준비하는 기관들은 거래소와 은행, 지갑, 결제망을 촘촘히 잇는 유통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시장의 승기는 단순히 토큰을 가장 먼저 발행한 곳이 아니라 사용자가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유통 체계를 선점한 주체에게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논의도 단독 은행 발행이나 컨소시엄 구성 같은 발행 방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본질적인 과제는 누가 유통을 전담하고, 환매와 상환을 보증하며, 실제 결제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것인가다. 발행사는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 책임을 맡고, 은행은 환매 유동성을 뒷받침하며, 거래소와 지갑은 사용자 저변과 거래 유동성을 확보하는 식의 명확한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실제 시장에서 검증하기 위한 실증 과제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디센터 기고]

디센터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주요 이슈를 조명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과 정책,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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