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빗이 장기간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코인원도 수수료 면제 경쟁에 가세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 다시 ‘수수료 0원’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거래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과연 수수료를 없애는 것만으로 거래소가 그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경쟁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코빗의 경우 이러한 질문은 더욱 중요하다. 코빗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가상자산거래소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이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있었다. 플랫폼 산업에서 ‘최초’라는 지위는 이용자와 유동성을 선점하고 이를 다시 신규 이용자 유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당한 경쟁우위다.
그럼에도 코빗은 이러한 선점효과를 지속적인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는 문제가 단순히 수수료의 높고 낮음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왜 최초의 거래소가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쟁력은 수수료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용자 기반과 유동성, 거래 가능한 자산, 호가의 깊이와 스프레드, 시스템 안정성, 입출금 편의성, 서비스의 사용성, 브랜드 신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거래소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많은 곳에 거래가 집중되고, 풍부한 유동성과 편리한 체결 환경이 다시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이미 형성된 이러한 구조를 단순한 가격 할인만으로 뒤집기는 쉽지 않다.
수수료 무료 정책의 한계도 여기에 있다. 무료는 이용자를 한 번 오게 할 수 있지만 계속 머물게 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자는 혜택을 따라 이동하고 무료 정책이 종료되면 다시 떠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기간 거래량이 증가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경쟁력 회복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코빗은 과거에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과거 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던 전략이라면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줘야 한다. 같은 처방을 더 오래 한다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코인원의 수수료 무료 경쟁 가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별 거래소에는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지만 여러 거래소가 동시에 무료 정책을 펼치면 차별화 효과는 빠르게 사라진다. 자칫 경쟁의 기준이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서 ‘누가 더 오래 무료로 버틸 수 있는가’로 바뀔 수 있다.
수익구조도 문제다. 거래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인 거래소가 이를 장기간 포기하려면 확실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거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수료 무료는 혁신이라기보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고객 확보 비용이자 ‘버티기 경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는 24시간 이용자의 자산과 거래를 처리하는 금융 인프라이기도 하다. 보안, 전산시스템, 이상거래 감시, 자금세탁방지(AML), 내부통제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수익성을 희생하는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정작 이러한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수수료가 아닌 차별화다. 기관투자자 서비스,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자산(RWA)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이용자가 해당 거래소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국내 최초라는 상징성과 오랜 경험을 가진 코빗이 10년 넘게 극복하지 못한 시장 경쟁력의 문제를 ‘수수료 0원’이라는 하나의 카드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수수료 무료는 이용자를 다시 방문하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계속 머물게 할 이유까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이번 경쟁의 성패는 ‘0원’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무료가 끝난 이후에도 이용자가 그 거래소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디센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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