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큰증권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도화를 준비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해외 투자자와 금융서비스가 참여하는 공통 네트워크에서 자산의 쓰임새를 늘리면서도 거래 자격과 정보 공개 범위는 별도로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컨소시엄(EKC) 제2회 정책 세미나에서는 국내 토큰증권 인프라의 확장성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는 “과거의 인트라넷 같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머물 것인지,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전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KC는 국내 이더리움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올해 4월 출범한 민간 협력체다. 논스클래식과 이더리움 컬렉티브 코리아(ECK)가 공동으로 이끌며 1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알투스, 노드인프라, 람다256 등 국내외 기관·정책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블록체인은 여러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나눠 보관하고 검증하는 디지털 장부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전에 허가받은 주체만 참여하는 폐쇄형 네트워크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이더리움처럼 누구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다. 사내망인 인트라넷과 전 세계에 열린 인터넷의 차이에 빗댈 수 있다.
국내 토큰증권은 우선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발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 내년 2월부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사채 등을 토큰화하는 1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함께 공개된 한국예탁결제원 가이드라인은 거래 장부를 공동관리하는 참여자를 예탁원과 증권사 등 계좌관리기관으로 제한했다. 허가된 기관 중심으로 기존 전자증권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발표자들은 이러한 구조에서 외부 금융서비스와의 연결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드리안 리 이더리움 재단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은 기관마다 자체 원장을 구축하면 시스템 간 호환이 과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퍼블릭체인을 활용하면 여러 금융기관과 플랫폼이 같은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발행하고 주고받으며 결제까지 처리할 수 있어 특정 사업자의 전산망에 대한 의존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결의 이점은 토큰화 자산을 다른 상품에 활용할 때 드러난다. 김현준 옵티미즘 엔지니어는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예로 들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된 비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준비자산과 거래소 증거금 담보로도 쓰인다. 투자자가 펀드를 매도하지 않고도 거래에 필요한 담보로 활용하는 등 기존 판매망을 넘어 수요처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을 발행할까”와 함께 “발행한 다음 누가 사용할까”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금융상품의 거래 제한은 유지할 수 있다. 매튜 도슨 이더리움 인스티튜셔널 공동설립자는 이를 ‘공개 정산, 통제된 자산’으로 설명했다. 거래 조건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프로그램인 스마트계약에 투자 자격 등을 넣어 승인된 전자지갑끼리만 토큰을 주고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는 개방하되 개별 증권은 자격을 갖춘 투자자만 거래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 정보도 필요한 주체에만 공개하는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도슨 공동설립자는 별도의 정보 보호 기술을 통해 일반에는 거래 내역을 감추면서 발행자와 감독당국에는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접근성과 금융기관의 규제 준수를 함께 구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자산은 발행되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연결되는 순간에 경제적 가치가 커진다”라며 국내 은행·증권사·거래소와 해외 지갑·금융회사의 연계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도 해외 규제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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